▲등짝에 강림하신 두 분!박봄이
이미 일은 커져버렸고 어떻게든 수습은 해야 되는데 이대로 도망치면 다시는 이 집에 못 들어올 것 같고 그렇다고 그동안 컨셉트대로 하자니 아직 세상에 하고픈 일이 많은데…. 어떡하지? 아, 참말로 으째야 쓰까이….
순간!
"엉엉엉…. 집에 벌레들이 자꾸 기어들어오는데…. 엉엉…. 아저씨들이 청소 안 하니까…. 엉엉엉…. 냄새가 나서 죽겠는데 문도 못열고…. 흑흐흑…. 청소를 할래도 저 징그러운…. 엉엉…. 난 벌레 싫은데… 으앙…."
그건 어떤 계산된 행동이 아닌 본능에서 튀어나온 여자로서의 최강의 무기, 눈물이었다. 누가 때려도 그렇게는 안 울었을 듯, 어찌나 서럽게 울었는지 울고 있는 내내 머리 속에서도 '이것이 살고 싶긴 한가 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홀아비들은 그제서야 꼬물대는 생명체들을 발견하고 짐짓 당황하기 시작했다. 어리디 어린 옆집 아가씨는 벌레 나온다고 울어대지, 사방에는 수백 마리의 새생명이 줄지어 피난가지, 은닉해 두었던 삭은 중화요리는 냄새를 뿜어대지, 제 아무리 벽화쟁이들이라도 아마 얼이 빠졌을 것이다.
훗, 둘째 홀아비는 연신 미안하다며 인사를 해댔고 손수 시원한 냉커피까지 만들어와 우는 애 사탕 물려주듯 손에 꼬옥 쥐어 주었다. 막내 홀아비는 혼자서 쓸고 닦고 약 뿌리고 정말 안방 청소하듯 열심히 청소를 했다. 물론 꼬냥이는 멀찌감치 계단에 앉아 냉커피 얼음을 와작와작 씹으며 청소 감독을 '즐겼지'.
"아, 거 뒤에 한 마리! 아저씨 발 뒤! 거기!"
케케케!!!
홀아비들과 꼬냥이, 이제 친하게 지내길 바래~
처음에는 짜증나게 싫었고 온 몸에 벽화를 봤을 때는 하늘이 노래 보일 정도로 무서웠지만 여자가 운다고 그거 달래느라 투박한 손으로 커피를 타오고 고생하며 청소하는 모습을 보니 뭐랄까, 그렇게 질색을 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다 했어요. 이제 벌레 없어요."
바닥에서 광이 번쩍번쩍 나는 것이 한 번 울고 이 정도면 꽤 괜찮은 성과다 싶었다. 역시 여자는 영악한 동물이야.
"수고했어요."
"새벽도 아닌데 이제 통성명이나 합시다." (1편 참조)
어쭈리~ 좀 풀어줬다고 또 들이대신다? 웃기시네, 맹호도 보여준다고 꼬냥이가 꼬랑지 내릴 것 같냐?
"수작하고는…."
휙 돌아서는 등 뒤로 들려오는 웃음소리.
"아하하…. 거 참 이름 한 번 비싸네."
웃으라지, 꼬냥이가 굶는다고 풀을 뜯으랴, 당신은 조폭이고 난 민간인이야, 이거 왜이래. 사뿐사뿐 걸어가 쾅! 대문을 닫고 들어가…. 풀썩 쓰러졌다.
"아이고…. 어무이…. 내가 내 명에 못 살 듯 싶소."
후들거리는 다리와 도리질치는 심장을 부여잡고 기절하듯 잠이 들었다. 벌레도 벌레지만 태어나 처음 보는 실사 벽화에 기절하지 않은 것이 다행인, 어쩔 수 없는 스물 셋의 여자아이였기 때문에.
우리, 친하게 지내는 것은 잠시 보류하기로 해. 감당 안돼.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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