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에서 찍은 들판의 구불구불한 마른 강줄기.김성호
악숨을 마지막으로 에티오피아 북부 4대 역사유적지 여행을 모두 마치고 닷새 만에 아디스아바바로 돌아가는 날. 에티오피아 여행의 가장 중요한 일정을 마쳤다고 생각하니 마음도 한결 가볍다.
비행기 안에서 보니 오른쪽으로 멀리 시미엔 산맥 국립공원이 눈에 들어왔다. 험준한 계곡과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 아름다운 시미엔 산맥은 바분 원숭이와 산양, 늑대, 왈리아 이벡스 등 야생동물들을 구경할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날씨가 좋아 비행기에서 내려다보니 땅 위의 모습들이 뚜렷하게 다가왔다. 마치 카메라 줌으로 당긴 것 같다. 황량한 산 사이로 흐르는 깊은 계곡은 평지에서 구불구불 흐르는 강줄기로 변했다. 가뭄으로 바짝 마른 강줄기는 사람의 내장을 보는 듯도 하고, 독사가 몸을 비비 꼬면서 앞으로 기어가는 모습 같기도 하다.
@BRI@나는 그 유명한 동아프리카대지구대 위를 날고 있는 것이다. 이 곳은 지층이 갈라져 어긋나면서 생긴 골짜기인데, 북으로 서아시아 요르단협곡으로부터 남으로 모잠비크의 델라고아만에 이르는 6000㎞의 세계 최대 골짜기이다.
에티오피아의 크고작은 호수와 케냐의 투르카나호, 탄자니아의 탕가니카호, 말라위의 말라위호 등 아프리카의 아름다운 호수들이 이 지구대를 따라 만들어졌다. 인간의 발자취를 알려주는 루시 등 고대 인류 화석 등이 발견된 장소이기도 하다. 나의 아프리카 종단여행도 비행기 아래 보이는 동아프리카대지구대를 따라 걸어가는 것이다.
오랜 옛날 푸른 강과 우거진 숲으로 가득 찼을 산맥들은 벌거벗은 듯 황량하기 그지없다. 하얀 구름 덩어리가 밀려나자 산자락에는 다시 강렬한 햇살이 내리쬔다. 구름도 잠시 스쳐갈 뿐인 에티오피아 산은. 나무마저 없어 더욱 따가울 것 같다.
이 곳은 들판뿐만이 아니라 산들도 거의 사막화되었다. 나무를 땔감 등으로 모두 베어버리다 보니 벌거숭이산가 되고, 들판은 무분별한 유목으로 초지가 사라진 것. 여기에 지구온난화가 더해지면서 땅들은 속수무책 발가벗겨지고 있었다.
자연을 파괴한 결과는 인간의 생존을 위협하는 부메랑으로 되돌아왔다. 야산의 황폐화는 식량부족과 기아를 불러왔다. 어디를 가든 나무 땔감을 등에 실은 노새나 머리에 이는 여인네들을 볼 수 있었다. 곤다르에 가까워서야 타나 호수 주변을 따라 푸른 숲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비자발급에 초청장 요구하는 황당한 나미비아 대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