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권우성
그렇다고 단정은 하지 말자. 전혀 다른 차원에서 분석할 수도 있다.
시선을 이 전 총리에서 북한으로 돌리자.
북한이 이 전 총리에게 초청장을 보낸 시점은 2월 말, 그러니까 2·13합의가 있고 난 후다. 무엇을 뜻하는 건가?
이 즈음에 남북장관급 회담이 열렸다. 북한이 정말 경협을 원했다면 남북장관급 회담을 매개로 경협추진위로 이어가면 되는 일이었다. 그런데도 북한은 별개의 채널을 가동하려고 이 전 총리에게 초청장을 보냈다. 무엇을 원하는 건가?
단서가 있다. <조선일보>가 전했다. 이 전 총리가 방북 후 미국과 일본을 오가며 주력하고자 하는 일이 평화체제 문제라고 했다. 미국에서 날아온 소식도 있다. 북한이 미국과의 양자회담에서 주력한 부문은 경제적 대가가 아니라 북미 수교라고 했다.
이 두 소식엔 공통점이 있다. 이 전 총리나 북한 모두 당장의 소득 즉 경협이 아니라, 근원문제 즉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에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과 이 전 총리가 추구하는 바가 평화체제라면 당장 밥상이 차려지지는 않는다. 뜸을 들여도 한참 들여야 한다. 북한이 2·13합의에서 도출한 초기이행조치에 성실히 임해야 하며, 북미관계가 본궤도에 올라야 하고, 북일관계도 해빙무드로 접어들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남한이 할 역할이 적잖다. 북한과 미국, 북한과 일본의 회담 막후에서 양자의 이견을 조율하고 조정해내는 역할을 남한이 맡아야 한다.
엄밀히 따져보면 지금 당장 남북정상회담을 열어서 얻을 게 별로 없다. 2·13 합의 이후 남북, 북미, 북일회담이 가속도를 내고는 있지만 모든 게 현재진행형이다. 어디서 돌파구가 열리고 어디서 꼬일지 아무도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 남북이 따로 속도를 높이는 건 위험하다. 또 서로 주고받을 게 확실하지도 않다.
지금은 다질 때다. 각종 회담이 궁극적으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귀착되도록 엔진에 기름칠 하고 연료를 주입할 때다.
이 전 총리의 방북을 이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다. 한반도 정세의 큰 가닥은 잡혔다. 남은 과제는 미세조정이다. 그러기 위해선 남북간 공조가 중요하다.
남북장관급회담을 미세조정 창구로 삼을 순 없다. 그건 남북교류와 관련된 현안을 조율하는 테이블이다. 별도의 채널이 필요하다.
남북정상회담, 돌파구 아닌 마침표
가닥이 잡힌다. 이 전 총리의 방북은 당장의 성과를 겨냥한 게 아니다. 그것보다는 길닦기용에 가깝다. 방북 성격이 이렇다면 형식은 중요하지 않다. 아니 오히려 형식을 부풀리면 부담이 가중된다.
부인할 수는 없다. 이 전 총리가 닦는 길의 종착점에는 남북정상회담이 있는 건 분명하다. 하지만 이전까지 운위됐던 남북정상회담과는 성격이 다르다. 돌파구로서의 남북정상회담이 아니라 마침표로서의 남북정상회담이다. 성격이 이렇다면 개최 시점은 늦어진다.
평양으로 떠나는 이 전 총리의 말에서 확인된다. "북핵문제 초기조치 이행이 끝나는 것(4월 14일)을 확인하고, 북미관계가 돌아가는 것도 봐야 하지 않나. 일러도 5월 말을 넘어가야 (남북정상회담이)가능한 것 아니냐"고 했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가 분석한 이 전 총리의 "내 일"도 이 때 가봐야 알 것이다. 이 전 총리의 역할이 길닦기라면 방북 이후 부산하게 움직일 것은 분명하다. 자연스레 언론의 집중 조명 대상이 될 것도 뻔하고 국민 인지도가 올라갈 것도 확실하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이 전 총리가 역사적 사건의 '산파'로 만족할 것인지, 아니면 이런 이력에 만족하지 않고 정치적 영역에까지 나서 '옥동자'가 되려고 할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사람 마음은 늘 변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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