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드디어 MBC 드라마 <주몽>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시청률 50%를 넘나들며 새로운 '국민 드라마' 반열에도 그 이름을 올렸다. 나 또한 <주몽>의 애청자였던 만큼 뭔가 모를 뿌듯함과 아쉬움이 교차했다.
왜 그렇게 인기가 많았을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는 기본적으로 <주몽>이 '승리의 역사'를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드라마가 시작될 무렵 세간에 논란이 되었던 중국의 동북공정과 맞물려 있다.
KBS의 <불멸의 이순신>이 묘하게도 일본의 독도 도발과 맞아 떨어지며 큰 인기몰이를 했던 상황과 비슷하다. 광개토대왕을 다룬다는 MBC 드라마 <태왕사신기>는 아마 엄청난 대박을 터뜨리지 않을까 싶다.
다음으로, 많은 사람들이 지적했듯이 지금까지 거의 다루지 않았던 고구려의 건국이라는 배경, 소서노라는 새로운 캐릭터의 발굴이 주효했다. 여기에 제작진이 적극적으로 내세웠던 '판타지'라는 요소도 새로움을 갈구하는 시청자들의 감각에 어느 정도 부응했다. 특히 건국과정을 다루는 다른 대하사극에서 볼 수 없었던 비교적 화려한 색감이 나는 마음에 들었다. 연기자들의 혼이 담긴 연기 또한 나무랄 데 없었다.
그러나 아쉬운 점 또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역사왜곡에 대한 논란은 그 자체가 큰 문제이기는 하지만 일단 내가 잘 모르는 내용들이고 또 다른 사람들이 많이 지적했으니 여기서는 그냥 넘어가자.
내가 <주몽>에서 가장 안타까운 점으로 생각하는 부분은 바로 판타지와 실사(實事)의 부조화이다.
주몽, 즉 동명성왕은 우리에게 신화로 알려져 왔다. 제작진은 그 신화를 "신화보다 거대한 영웅"의 이야기로 들려준다고 했었다. 어느 누구라도 주몽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면 이 신화적 요소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드라마 <주몽>에도 이 신화적 요소, 아니 판타지적 요소가 적극적으로 반영되어 있다.
현란한 액션, <반지의 제왕>의 흑기사를 연상시키는 철기군, 흡사 컴퓨터 게임의 캐릭터 같은 주요 인물들의 갑옷, 롤플레잉 게임과도 같은 주몽의 성장과정, 그 속의 획득 아이템 같은 고조선의 신물들, 화려한 색감, 신녀라는 존재, 그리고 막바지에 마우령 신녀에 내리꽂힌 천지신명의 번개에 이르기까지.
그런데 <주몽>에서는 이 모든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맞물려 있지 않고 따로따로 놀고 있었다. 특히 주된 스토리라인과의 긴밀한 밀착에 실패함으로써 작품의 완성도를 떨어뜨리는 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비유컨대 양념과 고기가 따로 겉도는 아귀찜을 먹었을 때의 찝찝함 같다고나 할까.
'신성'에 대한 필연성이 거의 없는 <주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