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가 이슬람적 사고" 인도 출신 회사원 샤빌 아자입씨. 51세. 인도에서 결혼한 다음 아랍으로 건너온지 30년 되었는데 인도의 가족들을 데려올 수 없어 두번째 부인을 만나 인도에 있는 가족과의 관계를 설명한 뒤 결혼을 올려 행복하게 살고 있다. 두바이 처녀성 논란 관련, 남편이 아내를 용서해주는 것이 이슬람적 사고라는 견해를 보였다.이상직
아랍 세계의 여성들에게 처녀막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사담 후세인의 장남 우다이의 여성 편력은 아직도 아랍 세계의 일반인들 사이에 회자되고 있다. 마음에 드는 여자가 있으면 이유 불문하고 무조건 겁탈하여 욕정을 채우는 방식을 가리켜 '우다이식'이라는 신조어까지 나왔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렇게 많은 양가집 규수들이 무차별적으로 강간을 당하고 심지어 외국으로 도피하여 제3국 생활을 하면서도 단 한 건의 고소, 고발도 제기되지 않았다.
강간을 당했음은 명예를 상실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명예를 잃은 여성은 이미 여성으로서의 존재 가치를 상실했다는 의식이 아랍에서는 지배적이다.
혼전관계를 맺은 여성이나 기혼 여성이 외간 남자와 적절치 못한 관계를 맺을 경우 흔히 명예살인을 통해 상실된 명예를 회복코자 하는데 하물며 강간을 당했으니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있으랴.
그러나, 이에 대해 팔레스타인 라말라 인근 벌자잇 대학의 저명한 인문학 교수 샤리프 카나나는 명예살인의 뿌리를 오히려 다른 측면을 통해 설명코자 한다.
아랍의 부족이나 가계에 있어 여성들의 존재란 부족을 이끌어갈 남성을 생산해내는 공장(factory)의 역할이었으니 처녀성을 상실한 여성에 대한 명예 살인의 뿌리는 해당 여성에 대한 '성적인 지배의 목적'이라기 보다는 생산 공장으로서의 '흠결에 대한 정화'의 의미라는 것이다.
생산 공장이 불순물로 인해 얼룩졌으니 그 공장으로부터 생산된 남성은 그만큼 순도가 떨어진다는 의미다. 얼룩진 생산 공장은 폐쇄되고 신규 공장이 만들어지는 것이 당연하다는 식이다.
살인자와 함께 더불어 사는 사회
@BRI@처녀막 보존과 명예 살인이 일부 아랍 지역에서 불가분의 관계로 연동되어 움직이는 것에는 이런 문화적 배경이 있다. 상황이 이러하니 동일 문화권에서 함께 살아 숨쉬는 사람들이 이를 처벌하기란 말처럼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흔히 파키스탄어로 '카로 카리'로 불리우는 명예살인은 이론적으로 다른 살인과 동일하게 취급되지만 실제 카로 카리로 인해 기소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파키스탄 수상 보좌관 닐로페르 바크티아르에 의하면, 지난 2003년 명예살인으로 목숨을 잃은 여성은 1261명이나 된다. 한 달에 100명 꼴로 희생되었다.
외간 남자와 통정한 죄를 물어 가문의 명예를 지키고자 여성측 집안의 남자들이 모여 치밀한 계획을 통해 해당 여성을 살해한다. 우리 나라를 포함 서방의 경우 이런 식의 의도된 살인은 당연히 법정 최고형에 처해지지만 파키스탄의 경우는 사뭇 다르다.
2003년을 기준으로 살인에 가담한 사람을 한 건당 한 명으로 산정해 본다면 최소한 1261명의 살인자가 기소도 당하지 않은 채 버젓히 활개를 치며 돌아다니는 세상이 파키스탄이다. 살인자와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인 것이다.
쿠란의 가르침 "살인에 대한 보상은 영원한 지옥"
이슬람은 명예살인과 어떤 사상적 유대를 유지하고 있을까.
명예살인의 역사적 뿌리는 이슬람과 무관하다는 것이 정설이다. 아랍의 남성중심 사회가 빚어낸 문화적 유산이 이슬람과 혼돈되고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런 사실을 감안하더라도 실제 30여개국에 이르는 아랍 전 지역은 물론 아시아의 일부 이슬람 국가들에서 조차 행해지는 빈번한 명예살인의 경우는 여전히 문화와 종교간 극도의 혼란스러움을 조장하는 면이 있다.
실제 해당 부분에 대한 쿠란의 말씀은 정확하게 이렇다.
"나를 믿는 사람을 고의로 죽이면 그에 대한 보상은 영원한 지옥이니라. 나는 살인자에게 분노를 퍼부을 것이며 그의 운명을 저주할 것이고 주체치 못할 운명을 그를 위해 준비하리라." (안-니사 : 93)
여타 종교와 마찬가지로 이슬람 역시 법적 정의를 통하지 않은 살인은 엄격히 금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명예살인은 무지와 불명예에 입각한 것으로 간주하고 유일한 방지책은 엄한 형벌이라며 추상과 같은 법 적용의 형평성을 오히려 강조하고 있다.
명예살인을 행하는 무슬림들이나 이를 면죄해주는 이슬람 성직자들은 모두 알라의 가르침을 잘못 알고 있거나 아니면 제대로 실천하지 않는 것임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