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게에도 게장이 있다. 밥을 볶아먹든 그냥 비벼먹든 환상이다!최육상
주문한 요리는 당연히 대게. 대게 하면 꽃게나 참게에 비해 커서 그런지 '큰(大) 게'를 떠올리기 쉬운데, 게의 다리가 대나무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한 상 가득 나온 대게는 모두 뒤집혀져 있다. 껍질색깔을 보니 연한 붉은색이다.
"대게는 항상 뒤집어서 찌고, 또 뒤집어진 상태에서 먹어야 해요. 안 그러면 몸통에 있는 게장이 다리 사이로 들어가거나 밖으로 흐르거든요. 도시에서 사람들이 흔히 영덕대게라고 파는 건 진하고 붉은 '홍게'지, 대게는 아니에요. 죽변항에서 경매에 내놓는 진짜 대게는 색이 연합니다."
서울 촌놈이 와서 시끄럽게 떠들어댔더니 곁에 계시던 아주머니가 한 말씀 거드신다. 대게는 반드시 민물에서 기절시킨 다음에 수증기로만 쪄야 한단다. 안 그러면 게장이 흐르거나 다리가 부러진다고. 대게든 참게든 게장 맛이 별미인데, 귀한 게장이 흐트러지면 안 된다는 것이다.
차림표를 보니 '대게=시가'라고 적혀 있다. "시가면 한 마리에 얼마냐?"고 묻자 아주머니는 그냥 배시시 웃을 뿐 묵묵부답이다. 몇 차례 거듭 재촉하자, "크기에 따라 다른데, 1만5천원이나 2만원 정도"라고 살짝 귀띔한다.
앞에 앉은 분이 계속 게를 발라줘서 그냥 먹기만 했더니 얼마나 먹었는지 모를 지경이었다. 분명한 건, 게장에 밥을 비벼먹는 걸 빼놓지 않았다는 것.
죽변항은 지금 '게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