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2월, 훼손된 접치재 히어리 숲.김해화
히어리는 조록나무과의 떨기나무입니다. 진달래나 생강나무, 철쭉도 마찬가지지요. 떨기나무(관목)는 뿌리에서 여러 줄기가 나와서 모여 자라기에 원줄기와 가지가 분명하지 않습니다. 키가 크게 자라지 않기 때문에 깊은 숲이나 그늘에서는 자라지 못하고 햇볕이 잘 드는 산기슭에서 주로 자라지요.
순천시가 훼손한 히어리 군락지 중에서 주암면의 접치재 지역은 모든 산기슭에 히어리가 폭 넓게 자라고 있어서 그 규모가 수천 평에 이릅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규모가 큰 히어리 단일 군락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 숲의 주인은 당연히 히어리였지요. 그런데 곧게 자라는 나무 위주로 숲 가꾸기 사업을 하면서 그 숲에서 주인인 히어리는 자취를 감췄습니다.
그런데 순천시 담당공무원과 통화를 했더니 희귀종인 히어리가 분포되어 있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습니다.
순천시 담당자는 8일 "숲 가꾸기 사업을 하기 전에 사전설계와 현장조사를 하는데 히어리 분포 상황이 확인되지 않았다"며 "희귀종의 경우 분포된 것이 확인되면 (숲 가꾸기 사업을 하는) 산림업체에 주지시켜 보호 조치하도록 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숲이 무엇인지, 생태계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공무원들이 책상에 앉아 서류를 만들고, 역시 숲이 무엇인지, 생태계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숲을 가꾸겠다고 나서서 국가가 지정해 보호하는 귀한 식물을 수백 그루나 함부로 베어내 버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