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그란 시루에 밤가루와 돈부콩을 깔고 그 위에 단호박가루, 쑥떡가루가 차례대로 깔리는가 싶더니 곧바로 시루가 떡가마에 올려진다.이종찬
향긋하고도 달착지근한 봄 내음 풍기는 떡방앗간
"선생님! 오늘 시간이 좀 어때요?"
"아니, 왜?"
"쑥단호박떡 찌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으면 해서요. 때마침 오늘이 제 생일이어서 마산 어시장에 있는 떡집에 쑥단호박떡 케이크를 주문해놨거든요."
"쑥단호박떡 케이크? 그런 것도 있나?"
"저는 생일 때마다 서양 케이크 대신 우리 전통 떡인 쑥단호박떡 케이크를 시켜 먹거든요. 서양 케이크는 쑥단호박떡 케이크 근처에 얼씬거리지도 못할 정도로 맛있습니다."
지난 1일(수) 오후 3시. 그날이 생일이라는 여행작가 김정수씨와 함께 마산 어시장 떡집골목에 들어서자 갖가지 아름다운 빛깔을 띤 떡들이 지나치는 사람들의 눈길과 발길을 한꺼번에 사로잡는다. 이리 보아도 떡, 저리 보아도 떡뿐이다. 떡의 생김새도 여러 가지다. 이 세상에 있는 삼라만상이 모두 우리의 전통 떡으로 맛깔스럽게 빚어져 있는 듯하다.
흔히, '어시장'하면 바다에서 나는 여러 가지 생선과 김, 미역 따위의 해산물을 파는 곳을 말한다. 하지만 마산 어시장에 가면 생선뿐만 아니라 산과 들, 강에서 나는 곡식과 과일, 채소 등을 파는 가게, 반찬집, 육고기집, 떡집, 한약재상, 칼 갈아주는 가게, 그릇점, 비닐 앞치마와 장갑을 파는 가게 등 먹을거리와 볼거리로 넘쳐난다.
그중 봄을 맞아 가장 시끌벅적한 곳이 바로 고소하고도 달착지근한 내음을 풍기는 떡집 골목이다. 이곳에 들어서면 막 떡방앗간에서 뽑아낸 김이 모락모락 나는 진보랏빛 시루떡을 비롯해 노란 콩고물이 묻은 찰떡, 갖가지 콩으로 빚은 콩떡, 진초록빛의 쑥떡, 하얀 가래떡, 갖가지 무늬가 수놓아진 떡케이크 등이 빼곡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