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로체남벽 원정대 베이스캠프에서 한국팀 이충직 원정대장(오른쪽)과 일본팀 오사무 다나베 원정대장(왼쪽)이 한-일 협력 등반을 약속하고 기념촬영을 하였다.한국산악재단
한국 로체남벽팀은 출국전에 슬로베니아 토모첸센 루트로 등반 계획을 잡고 준비를 했다. 김형일 부대장(익스트림라이더 등산학교 강사)이 정찰에 나섰다. 우리가 준비한 자료와 정보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김형일 부대장은 눈사태와 낙석 예상 구간과 캠프설치 위치, 주등반 루트와 비상시 탈출루트, 등반루트에 따라 우리가 준비한 장비를 비교한 치밀한 정찰 결과를 보고하였다.
대원들은 캠프1을 구축할 때까지 캠프2에서 갈라지는 러시아 루트로 등반할지 슬로베니아 루트로 할지에 대해 토론을 많이 했다. 등반 길이로 보아서는 러시안 루트가 훨씬 짧았지만 난해한 구간이 많아 보였다. 대부분 이 루트를 선호하는 듯했다. 특히 우리보다 하루 늦게 도착한 일본팀과 같은 토모첸센 루트 등반에 대해 몇 몇 대원들은 극도의 거부감을 나타냈다.
우리가 이미 이 루트로 등반계획을 하고 도착했지만 일본팀이 등반을 한다면 우리는 다른 루트를 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알피니즘의 본질은 정상 등정보다도 극한의 조건을 극복해야 하는 것이 먼저인데 정상등정을 염두에 둔다면 히말라야 14좌 등정 최초 소동 행위와 무엇이 다른가며 격한 토론이 있었다.
그러나 이충직 대장은 로체남벽 자체가 이미 극한의 세계이며 여기서 등정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다시 고려해보자고 일단 격론을 봉합했다. 명령이 아닌 이 대장의 인내력과 설득력은 매우 논리적이었다. 결국 이 대장은 몇 일후 대원 전원합의를 이끌어 우리 팀은 토모체센 루트로 등반하기로 결정하였다.
캠프1을 한일 팀이 별도로 구축한 다음날 일본팀의 센다 부대장이 한국팀 베이스캠프로 찾아와 루트 공동 개척에 대해 김형일 부대장에게 의사를 타진하였다. 그리고 이 대장이 긍정적인 의사 표시를 하자 다시 일본팀 베이스로 돌아간 센다 부대장은 다나베 대장의 지시를 받아 다시 우리 캠프를 찾길 수차례 하였다.
이로서 한국 로체남벽 원정대 이충직대장외 6명의 대원은 일본의 오사무 다나베 대장외 6명의 로체남벽팀과 B.C 현지에서 루트 개척을 공동으로 협력하기로 합의하였다.
협력의 이유는 동일한 거벽 루트에 있어 먼저 오르는 팀에 의한 낙석 예방, 그리고 고산거벽에서의 경쟁심리로 인한 불필요한 오해와 신뢰 훼손을 예방하고자 하는 취지였다. 그러나 루트개척에 한해 협력하며, 산소와 장비, 식량 등 물량은 각 팀에서 별도로 운송하는 등 완전한 합동등반은 아니었다. 그 이후 한국팀과 일본팀은 격일로 각 팀의 장비로 루트를 개척하였다.
잇단 낙석으로 대원 부상, 10시간 구출 작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