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취임 4주년을 맞아 27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한국인터넷신문협회 소속 16개사와 합동인터뷰를 가졌다.오마이뉴스 이종호
"제가 오늘 좀 욕심을 냈습니다."
회견이 끝난 뒤, 참석기자들에게 악수를 건네는 노무현 대통령에게 '긴 시간 고생하셨다'는 인사말을 전하자 이같이 답이 돌아왔다.
한국인터넷신문협회(회장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 주최 '취임 4주년, 노 대통령과의 대화'는 2시간 40분만에 끝이 났다. 예정된 시간을 1시간이나 넘겼다. 사회를 본 김미화씨는 다음 방송스케줄 때문에 클로징 멘트를 앞서 하고는 대통령보다 먼저 자리를 떴다. 청와대측에서도 "최장시간 회견이었다"는 반응이다.
손짓 발짓 다하는 대통령
임기 4년을 평가하는 자리, '불통'을 뚫어보자는 노 대통령의 의지가 관통한 회견이었다. 노 대통령은 메이저 언론에 의해 의제가 왜곡되고 여론이 굴절된다고 인식하고 있다. 그로 인해 국민과 대통령이 단절된다는 것이다.
사회자가 '국민들이 진심을 몰라줘서 섭섭한가'라는 질문에 "참 소통하기 어렵다. 갑갑하다"고 말해 지친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자신이 "친구 같은 대통령"을 공약으로 당선되었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소주도 한잔 하면서 손짓발짓 다 하는 부담스럽지 않은 친구"라며 가볍고 조금은 우습게 소통하고 싶었노라 토로했다. 하지만 "지금은 대통령은 그러면 안되는구나 싶다"며 "좀 딱딱하게 해야 될 것 같다"고 서두를 꺼냈다.
'대화'는 '논쟁'으로 바뀌었다. 임기 1년을 남긴 노 대통령, 더 이상 눈치 볼 것이 없다는 듯 거침이 없었다. 진보, 보수의 구분을 넘어 국민을 상대로 한 전방위적 전투 모드였다.
개헌 질문이 나오자 "왜 지금 하면 안되느냐"며 참석자들을 상대로 즉석에서 '타운미팅'을 제안했다.
회견장은 순간 싸늘해졌지만 노 대통령은 "언론이 입 다물고, 지지율 높은 정당이 입 다물고… 저의 반대편에서 총대 메는 사람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통령이 꺼낸 것인데 한번 토론은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그 정도 무게는 인정해 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인정받지 못하는 대통령'의 처지를 드러냈다.
한미FTA(자유무역협정)에 대해서도 "FTA가 양극화를 초래하는 근거가 무엇이냐"며 되받았다. 부동산 대책과 관련해서는 '양도세 부담을 줄여서 주택 매매를 촉진시켜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싼 동네로 이사 가면 된다"고 잘라 말했다.
민생 파탄이라는 지적에는 "언제보다 얼마나 나빠졌는지 구체적으로 얘기해 달라"고 즉각 반박했다. 노 대통령은 "전문가와 1시간 정도 이런 문제들에 대해 토론하면 고개 끄덕이며 돌아가게 할 자신이 있다"고까지 말했다. "과격한 대통령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라며 참여정부의 복지 정책을 적극 변론했다.
졸병 출신 대통령의 숙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