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천에 전두환씨 형제 흔적 '또 있다'

전씨 창의사 현판, 형 전기환은 나무 표지석

등록 2007.02.19 19:16수정 2007.02.19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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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합천군 율곡면 내천리에 있는 전기환씨 명의 느티나무 표지석.

합천군 율곡면 내천리에 있는 전기환씨 명의 느티나무 표지석. ⓒ 오마이뉴스 윤성효

a 합천에 있는 창의사의 현판은 전두환 전 대통령이 2001년에 쓴 것이다.

합천에 있는 창의사의 현판은 전두환 전 대통령이 2001년에 쓴 것이다. ⓒ 정근영

합천군이 새천년생명의숲을 전두환 전 대통령의 아호를 딴 '일해공원'으로 명칭을 바꾼 것에 대한 철회 여론이 높은 가운데, 전 전 대통령의 고향인 합천에는 이밖에도 다른 기념물들이 더 있는 것으로 알려져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BRI@대표적으로 전두환 전 대통령이 쓴 창의사(彰義祠) 현판과 전 전 대통령의 친형 이름으로 된 나무 표지석이 그것. '일해공원'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함께 이들 기념물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창의사는 2001년 국·도비와 군비, 주민성금 등 61억원이 들어가 합천군 대병면 성리 3만4048㎡ 터에 조성되었다. 임진왜란 때 3대 의병장 가운데 한 명인 정인홍 선생과 의병 110위를 모신 사당으로, 유물관과 강당인 경의당 등이 들어서 있다.

그런데 창의사 현판은 전두환 전 대통령이 붓글씨로 썼으며, 거기에는 '제12대 대통령 전두환'이라는 낙관까지 찍혀 있다. 또 유물관 현판은 권해옥 전 국회의원(13·14대)이, 경의당 현판은 김용균 전 국회의원(현재 구속)이, 출입문 중 하나인 내삼문(內三門)은 김혁규 현 국회의원(준공 당시 경남도지사), 기념탑은 강석정 전 합천군수(준공 당시 군수)가 쓴 것이다.

합천 출신 전직 대통령과 국회의원들이 현판을 쓴 것으로 알려져 창의사 준공 당시에는 "누구를 위한 기념관이냐", "현판은 솜씨가 아니라 지위로 쓴다"는 말까지 나왔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생가마을인 합천군 율곡면 내천리 마을 입구 공터에는 전 전 대통령의 큰 형 기환씨의 기념식수 표지석과 느티나무 한 그루가 있다. 표지석은 1984년 8월 10일 세운 것으로 되어 있으며, 거기에는 "이곳에 자라고 있던 수령 약 100년생 느티나무가 15년 전에 벌채되어 없어졌기에 이번에 30년 된 느티나무를 다시 심어 이를 이어가고자 한다"라고 새겨져 있다.

전기환씨는 동생인 전두환 전 대통령의 권력을 등에 업고 부정축재를 일삼기도 했으며, 1988년 10월에 터진 노량진 수산시장 강탈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노태우 전 대통령 집권 때 벌어진 '5공 청산' 당시 전 전 대통령의 동생인 전경환(전 새마을운동본부 본부장)씨를 비롯해 형제와 친인척, 측근 등이 줄줄이 비리 혐의로 구속될 때 그도 함께 구속되었다.

이곳에 전기환씨가 세운 나무 표지석이 있다는 사실은 최근에 알려졌다. 참교육학부모회 경남지부가 지난 11일 생가마을에 어린이들을 데리고 '현대사 바로 알기 놀이마당'을 벌였는데, 어린이들은 생가로 가기 전 느티나무가 심어져 있는 공터에 모여 설명을 들었던 것. 당시 어린이들은 전기환씨의 표지석을 발로 짓뭉개는 시늉을 하기도 했다.


'새천년생명의숲 지키기 합천군민운동본부' 관계자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생가마을에 전기환씨의 느티나무 표지석이 있는 줄 몰랐다"면서 "생가마을에는 잘 가지도 않기에 몰랐다"고 말했다.

합천에 있는 전 전 대통령의 생가는 합천군청 소유다. 전 전 대통령의 생가는 대통령 재직시인 1982~1983년 사이 경상남도에서 6100여만원을 들여 매입했으며, 1993년 군청 소유로 땅과 건물을 등기했던 것. 이로 인해 매년 초가지붕을 보수하는 작업을 군청 예산으로 하고 있다.

전 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의 예우를 박탈당한 처지다. 현행 규정에 의하면 전직 대통령의 경우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을 경우 각종 예우나 연금 지급 등이 박탈된다. 전 전 대통령은 1997년 4월 광주유혈사건과 부정축재로 무기징역과 추징금 2205억원을 선고받았다.

합천군민운동본부 관계자는 "창의사가 준공될 때 전두환 전 대통령의 현판이 들어가는 게 과연 옳으냐는 지적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면서 "이번 '일해공원' 명칭도 마찬가지인데, 그가 저지른 반역사성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무조건 우리 고장 출신이기에 현판을 내걸거나 공원명칭을 붙여도 된다는 식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a 합천군 율곡면 내천리 마을 공터에 있는 느티나무.

합천군 율곡면 내천리 마을 공터에 있는 느티나무. ⓒ 오마이뉴스 윤성효

a 전두환 전 대통령의 생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생가. ⓒ 오마이뉴스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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