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몽과 그의 용맹스런 부하들을 뒤따르는 보병들은 아마도 마라톤 선수들일지도 모릅니다. 어떻게 속보로 걷는 말 뒤에 붙어서 그렇게 쉬지 않고 달려갈 수 있는지 의문입니다.MBC 드라마 <주몽>
기병 뒤를 따르는 보병은 마라톤 선수?
마지막으로 전선으로 이동하는 군사들의 움직임인데, 주몽을 비롯한 지휘관들은 말을 타고 뛰어가는데 그 뒤에 줄줄이 늘어선 병사들은 신나게 철갑옷을 입고 뛰어갑니다. 보통 기병들은 행군 중에 속보라는 걸음으로 이동하는데, 이 또한 사람이 가볍게 달리는 속도를 능가합니다.
그런데 드라마 <주몽>에서는 하나같이 전선으로 이동 중에 보병은 기병의 뒤를 쫓아 쉼 없이 달려가기만 합니다. 100미터 정도만 이렇게 달린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십리 백리를 가야하는 상황에서도 이렇게 달려가는 것이 가능할까요? 갑옷을 걸치지 않고 무기를 들지 않고 맨몸으로 쫓아간다고 해도 십리 이상 줄을 지어 달려가는 것은 불가능할 것입니다.
그래서 고대 전투에서는 행군할 때 기병과 보병의 속도를 달리해 전장에 도착할 예상 시간을 나눠서 전술을 구사했습니다. 거기에 군사들이 먹을 군량미와 말에게 먹일 건초를 수송하는 보급부대까지 더한다면 말 그대로 행군 속도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느려지기 일쑤였습니다.
사극 드라마는 결코 드라마로 머물러서는 안 된다
흔히들 TV 드라마를 그저 오락물의 연장선으로 생각해 버리고 아무 비판 없이 그것을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바로 거기에서 발생합니다. 사극의 경우 그 자체로 역사적 사실 혹은 당시의 개연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은연중에 비록 사실이 아닌 허구의 이야기라 할지라도 인지과정 속에서 실제 있었던 일로 각인됩니다.
더군다나 아직 역사 정체성이 확립되지 않은 학생들의 경우 심각한 혼란과 역사적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에 사극 드라마는 결코 단순한 오락물 드라마로 그쳐서는 안 됩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역사 고증문제는 사극 드라마나 영화의 핵심 요소가 돼야만 합니다.
기본적으로 올바른 고증을 바탕에 깔고 그 위에 극의 완성도나 재미를 높일 수 있는 다양 소재가 첨부되어야 합니다. 만약 그것이 거꾸로 간다면 과연 그 드라마가 얼마나 긴 생명력을 지닐 수 있을까요? '드라마에서 너무 많은 것을 원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지만, 주변국들과 비교해 보면 이미 그 정도는 충족돼야 할 시기를 넘어섰습니다.
지금까지 전쟁사나 무예사 고증과 관련해 문제제기가 끊임없이 이뤄졌는데도 아직도 고증에 부적합한 장면을 생산해 내는 연출가들은 어쩌면 엄청난 대중 사기극을 연출하는 사람들일지도 모릅니다. 시청률을 빙자해 온 국민에게 잘못된 역사 내용을 각인시키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할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최형국 기자는 중앙대학교 사학과 박사과정으로 전쟁사 및 무예사를 공부하며 홈페이지는 http://muye24ki.com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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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예의 역사와 몸철학을 연구하는 초보 인문학자입니다. 중앙대에서 역사학 전공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경기대 역사학과에서 Post-doctor 연구원 생활을 했습니다. 현재는 한국전통무예연구소(http://muye24ki.com)라는 작은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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