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저지시민연대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방한한 지난 해 1월 19일 오후 외교통상부 청사 앞에서 UN의 대북제재를 지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오마이뉴스 남소연
햇볕정책은 반세기 동안 단절되었던 의사소통의 회복이며 신뢰형성을 위한 외통수이다. 전쟁 가능성 상존과 북한 동포들의 인권과 생존권 문제는 남북교류에 심겨진 올무이다. 그 어느 것도 소홀히 되어서는 안되는 것인데, 그 어느 것도 이념대립과 양분화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데에 동의하는가?
주위를 돌아볼자. 고질적인 주일미군기지 문제를 완전히 해결한 후 공동 미사일 방어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미일의 군사동맹은 한반도를 넘어 중국을 겨냥하고 있고, 한반도를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중국은 미국의 위성을 격추시킬 수 있는 미사일 기술을 발표하고 있으며, 과거의 영화를 회복하고자 미국이 지명한 악의 축 생존자, 이란과 북한의 우라늄 재처리 문제에 개입하는 러시아를 놓고 우리가 좌우 이념 대립으로 무엇을 해결할 수 있겠는가?
실사구시의 입장에서 대북교류의 긴 호흡을 시작해야 한다. 우리가 북한과 제대로 대화하기 시작한 것은 만 6년에 지나지 않는다. 신뢰형성을 위한 우리의 호흡은 너무도 짧다못해 자살적이기조차 하다.
핵문제와 분단을 해결한 역사의 선례를 보자. 10년에 걸친 미-소간의 1, 2차 전략무기제한 협정(SALT I, II) 과정도 미 공화당의 베이커 전 국무장관이 근래의 한 청문회에서 밝혔듯이 "소련이 미국을 지구상에서 지워버리려 한 40년 동안 우리는 소련과 대화했다. 그러니 우리는 친구 뿐만 아니라 적과 대화해야 한다"는 긴 호흡속에서 이루어 낸 성과물이다.
1961년 세워진 베를린 장벽, 1963년 브란트의 동방정책 이후 동독과의 지속적인 교류와 대화가 있었고, 1970년 독일이 소련과 폴란드와 각각 체결한 실용적인 두개의 조약이 있었기에 27년 후 그 장벽을 허물 수 있었다. 실사구시와 잠수 전 고래의 긴 호흡을 연상시키는 대목이다.
북핵 해결책으로 한편에서 제시되고 있는 리비아 모델도 1988년 팬암기 폭발사고 이후 지속된 대화와 퀴드 프로 쿠오(quid pro quo), 즉 상응하는 대가의 쌍무적인 교환을 전제로 하는 리비아-미국 간의 단계적 협상절차를 영국이 중재해온 끝에 형성된 신뢰 속에서 2003년 리비아의 대량살상무기 포기가 이루어진 것이다.
대화하고 교류하다보면 끊어진 허리 이어질 것
1993년 비핵확산 조약을 탈퇴한 북한이 2003년 다시 탈퇴를 선언하며 6자회담이 공전하는 듯 해도 제대로 협상한 지 10년이 채 안된 남북간의 교류가 53년 된 분단의 간극을 채우기에는 더 긴 호흡과 실용의 눈이 필요하다. 리비아 모델의 궁극적 교훈이 무엇인가? 상대국 정권교체를 포기하고 대화하라는 것 아닌가? 대화하고 교류하다 보면 분명 끊겨진 허리는 이어질 것이다.
6자회담의 성과에 일비일희해서는 안된다. 어떤 암초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지 알 수없다. 문제는 우리의 호흡이다. 통일의 문제를 해결해야 할 우리가 북한은커녕 우리끼리의 존재인정도 허락지 않는 풍토병에 허덕거리고 있음을 자각하자. 종교적이기까지 한 좌우 이념대립의 담론구조를 용도폐기하고 한반도에 던져진 원죄에 긴 호흡으로 인내하며 중단없이 도전하는 프로메테우스가 되자.
대선을 9개월여 앞두고 다시 이렇게 위험천만한 2% 승리를 위한 전선구축에 정치권이 혈안이 되어가고 있다는 점을 국민은 주목하고 48%를 통합할 능력과 의지가 있는 통합의 리더십을 포착하자. 그래야만 긴 호흡이 가능해질 것이다, 적어도 대북정책에 있어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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