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체능 반영 대학 12%...그런데 학습 부담 가중?

[주장]비주지교과의 선택 교과 확대, 대입 학습 부담 줄일 수 있다

등록 2007.02.13 11:28수정 2007.02.13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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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교육과정 개편을 위한 마무리 작업의 와중에 선택 교과 확대를 두고 논란이 많다. 주요 내용은 고교 2, 3학년의 예체능 교과와 기술·가정 교과를 분리해 선택 교과를 7개로 늘린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자 교육인적자원부(이하 교육부)는 2월 9일 사실상 전면 백지화 할 것으로 전해지기도 있다. 반대 여론의 핵심적인 이유는 대학 입시를 앞둔 학생들에게 지나치게 학습부담을 준다는 것이었다.

이 같은 선택 교과 확대안에 대해 대다수의 교육관련 단체들은 물론 한국교총이나 전교조에서도 이구동성으로 반대 의견을 표명하였다. 물론 전교조에서는 '예체능 평가방식 전환 정책'과 교환 조건으로 이루어지는 선택 교과 확대안에 대해서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제기하였다. 여하튼 교환 조건이라는 표현을 교육부에서 표면적으로 한 적이 없다는 점에서 원칙적으로 반대하는 입장인 것은 분명하다.

@BRI@한편 특정 언론은 선택 교과 확대안에 대해서 당사자인 예술교과나 체육교과 교사들이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반영시키기 위해 마치 적극적인 주장을 하는 것처럼 보도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최소한 이번 선택 교과 확대에 대한 언론 보도 이후로 어떤 관련 교과의 이해당사자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행동을 표출한 사례가 없다. 그 점에서 교육관련 단체 가운데 상당수가 반대한 것은 분명하나, 그에 대해 교과 당사자들이 극구 자기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은 과장임에 틀림없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과연 예술, 체육 교과가 필수 선택 교과가 된다고 해서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가중시키는가에 대한 진실 여부에 있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언론이나 대다수의 교육 관련 단체들마저도 이번 문제에 대해서는 진실을 분명하게 가리지 않았다. 그 동안 대학 입시로 인한 학생들의 학습 부담이 주지교과에 있는 것이며, 사교육비 또한 주지교과의 성적을 높이기 위한 것에 치중되어 있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아는 사람들조차도 적극적으로 나서질 않았다.

과연 예체능 교과가 필수 선택 교과가 된다면 학생들의 학습 부담이 가중될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대학입시를 위한 학생들의 학습 부담은 대학입시에 반영되는 전형 요소를 준비하기 위해 드는 부담이다. 그 내용은 크게 수능시험과 학생부인데 학생부가 곧 내신 성적이다. 물론 최근에는 여기에 논술 반영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선택 교과 확대에 대한 반대 논거는 바로 내신 성적에 예체능 교과가 반영될 경우 학생들이 이를 준비하기 위해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논리이다.

그렇다면 현재 대학 입시의 내신 성적에 예체능 교과가 실제로 얼마나 반영되고 있는지 먼저 살펴봐야 한다. 그런데 예체능 교과만 놓고 볼 때, 이들 교과 대학입시 반영율은 지극히 미미하다. 전국의 수도권 및 주요 시도의 25개 대학 가운데 일반학과는 물론 관련 학과 조차도 내신에 반영하지 않는 대학이 52%(13개교)에 이른다.

체육, 예술 관련 학과에서만 반영하는 대학이 36%(9개교), 전체 학과에서 반영하는 대학이 12%(3개 대학)로 파악되었다. 그나마 서울대의 경우 체육, 음악, 미술 교과는 다른 교과와 달리 평어의 '미, 양, 가'에 대해서 단계별로 0.5점씩 감점을 하고 있어 사실상 변별력이 없는 형식적 반영을 하고 있다. 따라서 이를 제외하면 2개 대학(8%)만이 예체능을 포함한 전 교과를 내신 성적에 반영하고 있을 따름이다.


물론 소수의 특정 대학에 지원하고자 하는 학생들은 예체능 관련 교과목을 열심히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들에게 예체능 교과목이 학습 부담을 준다고 한다면, 나머지 대다수 학생들이 예체능 교과를 필수적으로라도 선택하여 수업함으로서 얻게 되는 교육적 효과는 전혀 무시되어도 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적어도 이번의 경우에는 교육부의 논리가 타당하다. 그 의도가 '예체능 평가방식 전환 정책'과의 교환 조건이라는 구체적 근거가 드러나지 않은 이상 말이다. 교육부의 논리는 대학 입시에 관련된 소수 교과만을 편식하지 않고 다양한 교과를 통해 학교교육이 추구하는 전인 교육적 측면이나 인성 교육적 측면을 좀더 보완하겠다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도 그 동안 주지교과 중심의 입시체제에 대해 줄기차게 문제제기해왔던 사람들이 오히려 주지교과와 상관없는 교과가 선택 교과로 확대되는 것에 대해 반대를 했다. 실제로 대학입시에 거의 반영되지 않는 교과가 선택 교과로 되는 것은 학생들에게 주지교과 중심의 교과 선택을 줄여주고, 이에 따라서 대학입시에 대한 부담이 주는 게 아닌가. 조금 단순하게 표현하여 일주일에 몇 시간이라도 신체활동을 하거나 예술적 활동을 함으로서 지옥 같은 입시교육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이 아닌가.

만일 주지교과 가운데 한 교과가 줄어든다면 이와 같지는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특정 언론에서는 학생들의 학력을 하향시킬 교육과정이라고 비난을 서슴지 않았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주지교과가 아닌 교과들이 필수가 된다는 것은 주지교과 가운데 한 교과가 줄어드는 것과 같은 효과를 발휘하게 된다. 왜냐하면 필수교과가 늘어나더라도 대학에서 주지교과 중심으로 학생들을 선발하는 관행은 당분간 변화가 없을 것이니 말이다.

지금은 오히려 학교교육이 입시 준비 기관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아야 할 때이다. 초중고교의 교육은 단지 대학입학을 준비하기 위한 과정이 아니다. 학생들이 앞으로 더 많은 삶의 여정을 밟아 나가기 위해 필요한 것은 당장 눈앞의 대학입시가 아니다. 학교교육 또한 당장의 입시를 목표로 한다면 교육과정부터 대학입시에 필요한 입시, 주지교과만의 교육과정으로 바꾸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누구도 학교교육이 주지교과 위주의 대학입시만을 준비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또 여전히 학교교육은 대학입시만을 위한 곳인 것처럼 주지교과 중심으로 진행되는 것이 오늘날 학교교육의 비애인 것이다.

이제 이 같은 대학입시 문제를 한 걸음 더 파헤치고자 한다면 주지교과 중심의 입시 교육이 낳은 문제에 대해 좀 더 솔직해져야 한다. 그리하여 대학서열체제를 허물기 위한 노력은 주지교과 중심의 대학입시를 허물기 위한 노력과 같다. 그런 의미에서 주지교과가 아닌 교과들의 교과의 입지를 확보하기 위한 교과이기주의의 몸짓과, 주지교과 중심의 입시경쟁에 고통 받는 학생들에게 진정 자유로운 교육 활동을 제공하기 위한 교사들의 노력은 분명히 구분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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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분야와 학교체육, 그리고 학교운동부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현상과 그 배후의 구조에 깊은 관심을 갖고, 언젠가는 변화해야 하고 또 변화해야만 한다는 생각으로 비판적 글쓰기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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