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 지원단체 등이 사건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고기복
단속에 걸리면 관할 출입국관리사무소를 통해 강제퇴거 조치되지만, 여권 미소지자 등 출국요건 구비기간이 일주일 이상 소요될 것으로 판단되는 사람들은 화성외국인보호소에 수감된다. 그리고 기간이 더 오래 걸리는 경우, 여수외국인보호소로 보내진다.
지난 1월에는 난민신청자들이 화성외국인보호소에서 단식농성을 했다는 이유로 여수외국인보호소로 이송시켜, 당사자와 이주노동자 지원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이 곳이 '보호소'가 아닌 '감옥'이라는 지적은 여러 차례 나왔다. 수용 과정에서의 인권침해 등으로 인해 국가인권위의 조사가 진행되기도 했고, 시민단체들의 시정 요구가 계속돼 왔다. 보호소에 수감된 상태에서 그 곳 실태를 고발했던 외국인도 있었다.
지난 2004년 9월 중국동포의 하소연이 지금도 생생하다. 임금체불과 명예훼손 건으로 소송이 진행 중이던 중국동포 염씨는 여수보호소에 수감되었다가 일시 보호 해제된 적이 있다.
"여수는 보호소가 아니라 감옥이라요. 고개를 겨우 드러낼 정도의 창문만 있고, 아침저녁 볕보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에요. 해뜨는 걸 구경할 수가 없어요. 워낙에 오래되고 낡은 감옥시설 이라요. 보호소라 해놓고 감옥에 집어넣었으니, 오죽했겠어요."
물론 여수보호소는 지난 2005년에 건물을 신축하여서 지금 상황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염씨의 원성은 단순히 시설에 대한 불만이라기보다는 외국인보호소 운영 방식에 대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이 죽기를 각오하고 탈출하려는 이유
강제 출국되는 이들 대부분은 상당액의 빚을 지고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입국했다가 단속에 걸려들어온 사람들이다.
게다가 일부 국가의 경우 불법체류를 한 자국민들을 형사 처벌하거나 벌금을 부과하고 있기 때문에 수감된 외국인노동자들은 죽기를 각오하고 귀국하지 않으려 한다. 이러한 사실은 2003년 9월 11명, 2004년 5월 23명의 집단탈출 사건에서도 잘 알 수 있다.
여수보호소 사건발생 과정에서 수감된 중국인 한 명이 젖은 휴지를 이용하여 CCTV를 가리고자 시도했으며, 이것이 탈출을 위한 예비적 행동이었다는 언론보도의 지적이 있다. 여수출입국 직원들은 이런 행동에도 불구하고 대응에 소홀했다는 것은 이러한 일들이 반복적이고 일상적이었음을 말해 준다.
하지만 출입국관리사무소 측이나 경찰이 그간의 집단탈출 사례를 들어 이번 여수보호소 참사 사건을 '도주 목적으로 한 방화냐 아니냐'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점은 심히 유감스런 부분이다.
이번 사건의 본질은 외국인보호소의 인권을 간과한 운영과 단속·강제출국 위주의 불법체류자 정책이 낳은 비극이기 때문이다.
탈출 대비책은 있었어도 안전 대비책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