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금창태 사장 등 시사저널 경영진의 기자회견을 지켜 본 시사저널 노조원들이 사측의 직장폐쇄 조치 이후 임시 편집국으로 사용하고 있는 언론노조 사무실에서 반박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금 사장에 의해 삭제된 '삼성' 관련기사 1차 데스킹을 맡았던 장영희 기자가 "시사저널에서 '삼성'을 다룰 때마다 내부갈등을 빚어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남소연
지난 8일 <시사저널> 기자들을 만났습니다.
기자 회견장이 아닌 전국언론노조 회의실에 차려진 농성장에서 만났습니다.
여러분들도 아시듯이 지금 시사저널 기자들은 한 달 넘게 농성을 하고 있습니다.
삼성 2인자의 문제를 지적한 기사를 기자와 편집국장도 모르는 사이에 사장이 일방적으로 인쇄소에서 들어낸 것이 발단이었습니다.
'인쇄소에서 기사가 사라지다!'
70~80년대 군사독재정권 때에나 있었던, 그래서 민주화된 21세기에는 이미 사라진 일이라고 믿었던 기자들은 당연히 분노했고, 싸움이 시작되었습니다. 벌써 8개월째입니다.
저는 정당의 대변인과 부대변인, 청와대 국내언론 비서관으로 모두 7년 가까이 언론관계 일을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대한민국 기자들을(특히 정치부 기자) 1000명 가까이 만날 수 있는 행운을 덤으로 가졌습니다.
기자라는 직업은 사물과 인물을 평가하고 분석하고 비판하는 일입니다. 이를 이해하지 못했던 부대변인 초창기 시절(기자들 표현으로 '초짜 부대변인 때'), 정부와 당에서 아무리 좋은 일을 발표해도 기자들이 '이건 이런 문제가 있고, 저건 저런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며 꼬집어대는 걸 지켜보면서 저는 밤잠을 잘 수가 없었습니다. 정말 우리가 일을 잘못하는 게 아닌가, 이러다 우리(나라)가 망하는 게 아닌가 걱정이 되어서였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알게 되었지요. 그것이 기자와 언론의 속성이라는 것을. 만약 기자들이 '쫑알쫑알 꼬치꼬치' 묻고, 써대는 일을 그만두고 우리가 주는 대로 받아쓰기만 한다면 그들은 더 이상 기자가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기자들의 비평에 은근히 화가 날 때면 '너희가 우리를 평가하듯 우리도 너희들을 평가한다는 것을 잊지 말라'고 위협해줍니다. 기사를 보면 기자의 의식과 정보의 수준을 알 수 있다는 협박이지요.
<시사저널> 기자들은 어떤 사람들일까요? 모 대변인 선배의 표현을 빌리자면, 한마디로 '액물'들입니다. 미워할 수도 좋아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결코 무시할 수도 없는 골치 아픈 존재들이라는 얘깁니다.
살랑거리는 봄바람처럼 다가와 이것저것 물어보는가 했더니, 난데없이 듣지도 보지도 못한 대형폭탄을(그들은 '특종'이라고 부릅니다) 커버스토리로 만들어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는 '주특기'를 보유하고 있는 인물들입니다.
폭탄 맞은 대변인실은 기사의 정체를 확인하랴, 밀려드는 타 회사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랴, 후속기사 체크하랴, 며칠 동안 정신이 속 빠지는 난리를 치게 됩니다. 그때마다 '이것들 다시 기자실에 나타나기만 해봐라, 내가 앞으로 니들 질문에 대답해주면 사람이 아니다.' 얼마나 다짐했는지 모릅니다.
내가 본 <시사저널> 기자는 이런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