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신상담> 불굴의 의지로 오나라를 굴복시키는 월왕 구천(왼쪽)과 범려의 활약을 그린 드라마 <와신상담>의 한 장면.
대표적인 황제 전문 배우 천다오밍(陳道明)이 월왕 구천으로, 역시 정상급 배우인 후쥔(胡軍)이 오왕 부차로 연기한 이 드라마는 CCTV 산하의 회사에서 제작한 드라마다. 드라마는 당시에 상업적 자본을 바탕으로 힘을 얻은 오나라 왕 합려의 장자에게 시집간 월나라의 공주가 월나라로 도망오면서 시작된다.
연로한 월왕은 대장군의 말을 듣고 태자 구천의 항전의지를 묵살한 채 도망온 딸을 다시 오나라에 돌려보낸다. 하지만 구천의 항전의지에 양국은 전쟁을 시작하는데, 오왕 합려가 전쟁 끝에 죽는다.
이후 오자서(손자병법의 오자서)의 도움을 받은 왕자 부차가 장작 위에서 자는 수고 끝에 군사력을 키우는데, 이에 부담을 느낀 구천은 오나라에 쳐들어갔다가 대패해 볼모로 잡힌다. 이후 구천은 부차의 대변까지 맛보는 고생 끝에 월나라에 돌아오는데, 이후 곰의 쓸개를 씹으면서 복수를 다짐하고, 20년후 전쟁에서 부차를 패배시킨다는 이야기다.
드라마의 힘은 천다오밍이 연기한 구천에 집중되어 있다. 구천은 약소국임에도 젊은 범려를 기용해 굳은 의지로 국가의 힘을 키우고, 결국은 큰 나라인 오나라를 굴복시키는 전형적인 인물이기 때문이다. 드라마는 월나라 내부에서 항전파인 구천과 타협파인 대장군 간의 갈등으로 초반을 이끌다가 이후에는 구천과 부차의 갈등으로 이어가면서 흥미를 더한다.
흥미로운 것은 중국 정부가 공공연히 방송물에 정치적 성격을 강화한다는 입장을 밝힌 이후 강한 지도력을 가진 구천을 주연으로한 드라마를 연초에 배치했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중국 내부에서는 강한 중국을 내세운다는 평가가 있다. 해방군예술대학 방송과 리치엔탄(李荃談)은 이 드라마를 중국 역사극의 수준을 높인 작품으로 평가하면서 <대장금> 등 한국 궁중 드라마처럼 역사 속 인물을 이용해 현대 정치나 문화를 읽는 방식이 잘 구현됐다는 것이다.
전반적으로 어려움을 참고 이겨내 승리한 구천의 연기에 힘을 부여하고 있는데, 이는 현 중국이 세계적인 헤게모니로 가기 위해서는 좀더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명왕조] 직언하다 쫓겨난 충신 이야기
정치색으로 한다면 <와신상담>에 비해 <대명왕조>가 휠씬 짙다. 지난달 31일 진보적인 경제신문인 <21세기경제보도>는 '역사드라마의 뒷이야기 해서당관'이라는 제하의 기사를 실었다. 기사는 후난위성방송에서 내보낸 <대명왕조-1566, 가정과 해서>가 담고 있는 정치성에 관한 분석이다.
중국 역사에 관심이 있는 이라면 당연히 '해서(海瑞)'라는 인물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해서는 바로 중국 현대사의 가장 극적인 사건인 '문화대혁명'의 시발점이 된 인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