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낙들은 '뻘배(길이 2m, 폭 45cm)'에 한쪽 무릎을 얹고 다른 발로 뻘을 밀어 내어 이동한다.이철영
일의 중간 중간에 아낙들은 캐온 꼬막을 바지선에 옮겨 싣고는 뱃전에 올려둔 소주와 음료수를 들이킨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쐬주'다. 컬컬한 목에 소주가 들어가서는 해독이 되지 않는다.
"그렇게 드시면 취해서 일 하시겠어요?"
"뭣이 취해? 요것이 야팽이여, 야팽."
"야팽이 뭐죠?"
"마약이여, 마약. 요것이 없으면 널(뻘배)이 움직이간디?"
젓가락도 귀찮은지 뻘이 잔뜩 묻은 고무장갑을 대충 털고는 콩나물을 손으로 집어 입속으로 밀어 넣는다.
"캬아! 어이! 이쁜 총각도 한잔 해~"
밥그릇에 쐬주를 들들들 붓는다.
"아따메, 이쁜 총각이 술 따라준께 징허니 맛있네."
"아따, 아짐들, 아조 총각하고 술판 벌이고 있네, 어서 가서 일 하씨요, 잉!"
어촌계장의 닥달에 마지못해 주섬주섬 자리를 뜬다. 총각 행세하며 마시는 쐬주 맛이 괜찮다. 그들은 신산한 삶의 꼬리를 남기며 작은 점으로 멀어져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