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악산 국립공원을 관통하는 경부운하 터널 시작 예정지역. 경부운하는 월악산국립공원과 백두대간을 관통하여 25km의 터널을 뚫을 예정이다.생태지평 장지영
대운하연구회는 2020년 경부운하가 유치가능한 시멘트 물동량을 총 1292만2천톤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시멘트업계도 경부운하의 효용성에 대해 냉소적이거나 "잘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시멘트는 뭐라 단정할 수 있는 제품이 아니다. 수요와 공급으로 단순 도식화해서 가격을 규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복잡한 시멘트 운송체계로 인해 현재 물동량이 어느 정도인지, 어떤 수단을 통해 얼마나 이동하는지 정확한 데이터도 없는 실정이다. 앞으로 경부운하가 개통된다고 해서 물동량이 경부운하로 이동할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시멘트 업체 핵심 간부)
현재 양회협회에 가입되어 있는 시멘트 업체는 총 11개인데, 연안에 공장을 세운 연안사와 내륙에 공장이 있는 내륙사로 나뉜다. 이들 회사의 생산능력은 6200만톤. 하지만 작년 생산량은 5459만톤에 그쳤다.
각 업체에서 생산한 시멘트는 곧장 수요지로 가지 않고 출하기지로 보내진다. 수요지와 멀리 떨어져 있지 않으면서도 시멘트를 일정기간 동안 저장할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중적인 비용을 투자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대운하연구회 측은 남한강과 낙동강을 연결해 서울부터 부산까지 경부운하를 건설하면 시멘트 업체들의 상당수가 운하를 이용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특히 내륙에 생산기반을 둔 시멘트업체의 유연탄 반입과 시멘트 반출을 위한 수송수단으로 경부운하가 유용하게 작용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연안사의 한 시멘트업체 관계자는 "운하가 건설된다 하더라도 공장과의 접근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우리 회사와는 상관없다"고 잘라 말했다.
연간 전체 시멘트의 절반 이상(약 2500만톤)을 생산하고 있는 쌍용양회와 동양시멘트의 경우 공장이 삼척·동해 등 해안에 있는데, 대부분 연안운송을 이용해 대전·대구·울산·부산 등의 출하기지로 이동된다. 옥계와 신기 등에 공장이 있는 라파즈 한라시멘트의 경우 수도권·삼호·광양 등으로 생산품을 운송한다.
내륙에 생산공장이 있는 시멘트 업체는 단양에 공장을 가지고 있는 한일 시멘트와 성신양회가 대표적인데, 이들의 출하기지들은 수요자와의 접근성 때문에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다. 1600만톤을 생산하는 단양공장의 시멘트는 서울·경기·홍성·논산·창원 등으로 옮겨진다.
이들의 생산기지와 출하기지의 위치를 살펴보면, 경부운하는 한반도를 종으로 가로지르고 있다면 시멘트의 물동선은 횡으로 가로지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시멘트업체들이 운하 건설 기다리는 속사정
항만별 시멘트 입하량 | | 시멘트 | 입항(2004년도) | 부산 | 2,263,000RT (외항 108,000 연안 2,154,000) | 인천 | 4,388,000RT (외항 1,289,000 연안 3,099,000) | 광양 | 3,044,000RT (외항 1,419,000 연안 1,626,000) | 마산 | 2,374,000RT (외항 0 연안 2,374,000) |
(*시멘트는 연안에서 연안으로 이동되는 물량이 많다) *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자료 참고 |
| ⓒ 오마이뉴스 고정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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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멘트업계에서 경부운하를 이용하기 어려운 점은 또 있다.
경부운하를 이용하려면 생산공장에서 운하까지 차나 철도로 시멘트를 이동시켜야 한다. 이후 하역작업을 하고 시멘트를 내린 뒤 다시 배에 시멘트를 싣고 운하를 이용한다. 그리고 목적지에 시멘트를 보내기 위해 또다시 시멘트를 배에서 내려 차에 싣는 등, 싣고 내리는 작업을 여러 차례 반복해야 한다.
과연 업계에서는 이런 복잡한 운송시스템과 시멘트를 싣고 내림으로서 발생하는 물류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까.
옥계·신기·광양·포항에 생산 공장을 두고 있는 연안사 업체 라파즈 한라시멘트의 관계자는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강원도 지역의 생산 공장과 동해·남해 등지에 있는 출하기지와의 거리를 고려해야 한다"며 "하지만 경부운하가 어떤 노선을 그려나갈지 알 수 없기에 섣부른 판단을 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럼 내륙 회사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내륙사인 아세아시멘트 역시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아세아시멘트 업체 관련자는 "직접 비교하기는 어려움이 있다”라며 “경부운하를 이용할 때 단가, 운송거리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하는데, 현재는 어떠한 데이터나 자료가 나와있지 않은 상태이기에 비교, 평가하기는 다소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한일시멘트 관계자도 "출하 기지는 철도에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시멘트는 철도를 통해 운송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운하를 통한 운송에 대해 고민한 바가 없다"고 말했다.
또다른 시멘트 업계 관계자는 경부운하를 반겼다. 하지만 그 이유는 한반도대운하연구회에서 주장하는 운송비 절감 때문이 아니었다. 그가 주목한 것은 엉뚱하게도 시멘트 수요가 늘어나는 '운하건설 특수'.
그는 "경부운하가 운송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생각해보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시멘트 업체에게는 희소식이 될 것"이라며 "엄청난 길이의 운하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상당량의 시멘트가 필요할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오마이뉴스>는 이밖에도 20여명 이상의 업계 관계자들과 접촉해 경부운하 이용 여부를 물었지만 대부분 "정치적으로 민감하기 때문에 말할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유연탄업계] 수요는 대부분 항만에 집중... "왜 그런 낭비를"
항만별 유연탄 입하량 | | 유연탄 | 입항(2003년도) | 삼천포 | 17,603,000톤 | 광양 | 12,978,559톤 | 태안 | 6,877,012톤 | 포항 | 6,423,305톤 |
| ⓒ 오마이뉴스 고정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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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소·제철소·시멘트 회사 등에서 소비되는 유연탄은 한국에서 생산되지 않아 전량 수입에 의존한다.
2003년 기준으로 삼천포·광양·포항 등에서 6073만3천톤의 유연탄이 수입됐다. 이 중 50%는 발전소에 사용되고 30% 정도가 제철소, 10%가 시멘트 생산에 사용되고 있다. 따라서 발전소와 제철소가 인접해 있는 항만 지역에 유연탄이 유입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유연탄 유입 항만을 살펴보면 삼천포(1760만3천톤)-광양(1297만8559톤)-태안(687만7012톤)-포항(642만3305톤) 순이다. 이 중 삼천포와 태안의 경우 설비용량이 300만㎾를 넘는 발전소들이 위치해 있고, 광양과 포항의 경우 인근에 발전소와 제철소가 위치해 있어 이들이 유연탄을 대부분 소비하고 있다.
결국 유연탄을 필요로 하는 제철소와 발전소가 대부분 서해안과 남해안에 집중된 셈이다. 따라서 유연탄업계가 경부운하를 이용하는 데는 한계가 명확하다.
그나마 한반도대운하연구회는 "포항에서 입하된 유연탄을 단양· 제천 시멘트 공장으로 운반하는 데 경부운하가 유용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업계에선 회의적이다.
"운하에서 짐을 내리고 올리는 비용, 또 그에 따른 시간, 수송수단을 바꾸는 번거로움…. 경부운하가 건설된 뒤 정확히 알 수 있겠지만, 굳이 그런 시간적· 물적 낭비를 하려고 하는 업체가 있을까요." (유연탄 수입업체 관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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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부운하? 번거롭고 느릴 텐데... 그래도 시멘트를 팔 수 있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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