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훈 대법원장은 지난해 9월 26일 오후 전국 법원순시 일정의 마지막 방문지인 서울고법ㆍ중앙지법을 방문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오마이뉴스 권우성
그러나 강 부장검사는 "이 판결문을 읽고 제일 먼저 가슴이 뜨끔했던 것은 판결문 중에 '기준에 현저하게 미달한다', '더이상 살펴 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라는 표현이었는데, 저도 불기소결정문에 그런 표현을 많이 써왔기 때문에 그 표현이 가슴에 반향을 일으켰던 것"이라며 "앞으로 이런 표현은 쓰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특히 강 부장검사는 "A교수는 해직된 후 해외에서 무보수 연구교수로 10년간 참을 수 없는 고통 속에서 살아왔고, 귀국해서는 교수 복직을 위한 고소와 고발 등 형사투쟁과 함께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등 싸워왔고, 1인 시위에도 몰두해 왔던 그런 사람이 기댈 곳은 인권보호의 최후의 보루인 법원뿐이었기에 소송을 제기해 그동안의 설움과 고통을 증거자료와 각종 탄원서의 제출로 풀어왔을 것"이라고 A교수의 딱한 상황을 이해하려 했다.
이어 강 부장판사는 "그런 사람에게 판결문에서 '기준에 현저하게 미달한다', '더이상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는 표현으로 내쳐도 되는 걸까요?"라며 "아마 부지불식 간에 정형화된 표현이기에 썼을 것인데, 그런 표현을 무심코 쓴다는 것 자체가 판검사가 고압적이고, 오만하고, 정나미 뚝뚝 떨어지게 살고 있다는 반증이 아닐까요?"라고 법원과 검찰에 일침을 가했다.
"당사자 가슴에 대못 박는 일 없었는지 반성하고, 타산지석 삼자"
또 강 부장검사는 "제가 이 글을 쓰는 것은 분쟁의 와중에 휩쓸려 살고 있는 우리들도 정말 가슴에 손을 얹고, 깊은 생각 없이 그런 말을 해서 당사자의 가슴에 대못을 박은 일은 없었는지 반성해 보고, 타산지석으로 삼자는 것"이라고 자성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먼저, 결정문을 읽는 사람을 입장에 서서 그들의 분노를 자극하는 표현, 감정이 개입된 표현, 정성 없는 표현은 쓰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강 부장검사는 "고소인의 고소를 검사가 불기소결정을 하면 고소인은 불기소결정문을 연필로 밑줄을 긋고 형광펜으로 쫙쫙 그어가면서 읽고 또 읽으며, 표현 하나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며 따진다"며 "그래서 어떤 선배가 억울하다는 고소인을 달래고 배려하는 결정문을 쓰는 것을 보고, 역시 늙은 생강이 맵다는 옛말을 되새김질하게 됐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덧붙여 강 부장검사는 "법대로나 법의 이름으로라는 생각도 중요하겠지만, 사건 속에 숨겨진 원인을 찾아내 치유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것은 판검사 모두 마찬가지"라며 "석궁테러 사건이 발생했을 무렵 대전고법 박철 부장판사의 따뜻하고 정이 흘러넘치는 판결(임대아파트에서 쫓겨날 위기에 놓인 70대 노인을 보호한 것)에 대해 언론에서 칭송하는 것은 다 까닭이 있다"고 글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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