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천을 두 번 죽인 전두환 전 대통령

[주장] 합천군, 이름에 담긴 상징성 고려해 현명하게 판단해야

등록 2007.01.31 11:10수정 2007.07.08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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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전두환(일해)공원반대 경남대책위, 새천년생명의숲 지키기 합천군민운동본부, 삼청교육대피해자모임, 민주노동당 경남도당 소속 합천 지역 주민들이 1월 18일 서울 연희동 전두환 전 대통령 집 부근에서 '일해공원' 추진 중단을 촉구하는 모습.

전두환(일해)공원반대 경남대책위, 새천년생명의숲 지키기 합천군민운동본부, 삼청교육대피해자모임, 민주노동당 경남도당 소속 합천 지역 주민들이 1월 18일 서울 연희동 전두환 전 대통령 집 부근에서 '일해공원' 추진 중단을 촉구하는 모습. ⓒ 오마이뉴스 권우성

살아가는 것이 참 어려운 세상이다. 먹고 살기도 힘들고, 뜻 깊게 살기도 어렵고, 양심적으로 살기도 참 어려운 세상이다. 그렇지만 더 어려운 것은 내가 살아온 삶이 다른 사람에게 귀감이 되고 좋은 의미가 되도록 하는 것이리라.

요즘 합천군의 '일해공원'이 시끄럽다. 이름을 짓는 일은 참으로 어렵다. 기존 이름을 개명하는 것은 더 어렵다. '새천년 생명의 숲'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을 '일해공원'이라는 이름으로 바꾸려는 합천군의 의도를 정말 이해하기 어렵다.

모든 합천군민이 '일해공원'을 원하는 것이라면, 나그네에 지나지 않는 나로서는 할 말이 없다. 그러나 알려진 바로는 대다수 군민이나 시민단체들이 반대하고 있다. 그런데도 '일해공원'을 합천군에서 고집하는 이유가 참 궁금하다.

@BRI@옛 속담에 "호랑이는 죽으면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자신의 이름이 중요하다는 말일 것이다. 또한 인생이 자신의 이름으로 고스란히 남는다는 말일 것이다.

그러나 살아가면서 덕행을 많이 쌓아 명예로운 이름을 남기는 사람도 있고 악행을 많이 저질러 악명을 남기는 사람도 있다. 이런 후세의 평가는 순전히 자신이 감당해야 할 몫이라고 할 수 있다.

이백을 생각하면서 지은 두보의 시에 '천추만세명 적막신후사'(千秋萬歲名 寂寞身後事)라는 구절이 있다. 먼 미래, 만년의 세월에 이름을 남긴다 해도, 죽고 나면 적적하고 쓸쓸한 몸이 되는 현실을 한탄하는 의미일 게다. 그러니 살아있을 때 열심히 살고 의미 있게 지내는 게 중요하다는 말일 것이다.

사람이 후세에 이름을 남기는 것은 참으로 의미 있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선행을 많이 하거나 덕을 많이 쌓아 남긴 이름은 가문의 영광이지만, 악행을 많이 저질러 이름을 남긴 사람은 가문의 수치에 불과하다.

일말의 양심 있다면 스스로 '일해공원' 사양했어야


전두환 전 대통령의 경우는 후자에 속하지 않을까? '전두환'이라는 이름은, 그 많은 사람을 죽이고 고문해 정권을 잡은 후에 온갖 비리와 부패로 나라를 어지럽게 한 사람으로 역사에 영원히 남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이런 사람의 이름이 새겨진 공원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휴식과 안락함일까, 아니면 분노와 혼란일까? 물론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는 있다. 그러나 역사의 기록이나 평가는 다를 수 없다. 왜냐하면 엄연한 역사적 사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국어사전에서 사람 이름이 보통명사 혹은 동사화한 경우를 본적이 없다. 지명은 있지만, 실제로 사람의 이름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물론 상징적인 의미로 이완용은 '친일매국노'라든가 박정희나 전두환은 '독재자'라는 등식이 성립하지만, 언어적으로 품사화하지는 않았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영어사전에는 이런 단어들이 많다. 예를 들면 '세균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파스퇴르는 '저온살균하다(pasteurize)'라는 단어로 사전에 등록돼 있다.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영광이 아닐까. 이런 식으로 이름을 남기는 것은 한 인간에 대한 최고의 예우라고 할 수 있다.

미국처럼 공항이나 도시 이름에 유명한 사람의 이름을 넣는 경우도 종종 있다. 물론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매우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 사람의 이름을 넣은 경우는 정말 드물다. 존경심이나 경외심을 지니고 부를 수 없는 이름엔 사회적 가치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경우 더욱 그렇다.

5공화국 시절 고통 받고 시련 받은 사람들이 여전히 살아있는 지금, '일해공원'이라는 해프닝이 일어난 것은 참으로 어이없는 코미디다. 이것은 결코 한 지역의 문제가 아니다. 아무리 세상이 변해서 박정희 전 대통령이 미화되는 경우도 있다곤 하지만, 이건 정말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결국 전두환 전 대통령은 합천을 두 번 죽인 꼴이다. 악명을 남겨 합천을 욕되게 하고, '일해'라는 공원이 역사적으로 합천을 치욕에 빠뜨릴 것이다. 만약 일말의 양심이나 좁쌀만한 생각이라도 있다면, 전두환 전 대통령이 '일해공원'을 정중하게 사양했어야 옳다고 생각한다.

오래가지 못할 '일해공원'에 미련을 가질 필요가 없다. '재산이 29만원밖에 없다'고 핑계 대며 국가에 대한 채무를 외면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취할 처신이 결코 아니다. 그리고 합천군도 이름에 담긴 상징성을 고려해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노태영 기자는 남성고 교사입니다.

덧붙이는 글 노태영 기자는 남성고 교사입니다.
#일해공원 #전두환 전 대통령 #합천군 #새천년생명의숲 #전두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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