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문화사>·<시사저널> 대표이사 심상기 회장연합뉴스 김동진
심 회장은 <중앙일보> 기자 출신으로서 <일요신문> <우먼센스> <리빙센스> <아이큐 점프> 등 16여개에 이르는 미디어를 성공시킨 잡지출판계의 거목이다. 공·사석에서 홍콩의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을 자주 거론하는 등 한국의 '머독'을 꿈꾸어 온 인물이기도 하다. 삼성 출신인 그는 오랫동안 잡지 출판계의 '삼성 신화'를 꿈꾸어왔다.
창업 초기에는 인재를 소중히 여겨 '삼고초려'해서라도 능력 있는 인물을 끌어오기 위해 몸소 스카우트 대상자의 집을 찾아가는 등 존경받는 경영자였다. 그의 카리스마와 리더십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서울미디어그룹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 장담한다. 심 회장에게 흠이 있다면, 삼성의 최고경영자가 그렇듯, 노조를 몹시 불편해하거나 때때로 적대시한다는 점이다.
모기업인 일요신문ㆍ서울문화사에 노동조합이 결성된 지 10년이 지났는데도 독립 언론을 자처하는 <시사저널>이 지난해 '삼성 기사삭제 파문'이 있고서야 노동조합을 결성한 데는 이런 배경이 큰 몫을 차지한다. 심 회장이 이번 <시사저널> 파업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사태해결을 어렵게 하는 핵심 인물로 거론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강경한 입장의 경영진보다 심 회장이 직접 파업 해결 나서야
거기에 심 회장 주변에는 8년 전의 파업을 겪었던 강경파 경영진이 최측근으로 포진되어 있다. 들리는 바에 의하면 강경파들은 <시사저널>이란 매체의 특수성과 소속기자들의 독립성을 간과하고 이들을 사내 부적응자로 낙인찍어 '미운오리새끼' 취급하듯 해왔다고 한다.
이들은, 파업이 시작되자 '이번 기회에 확실히 손봐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심 회장에게 주문하고 있다고 한다. 편집권 갈등에서 비롯된 이번 파업이 노조의 승리로 끝날 경우 <시사저널>은 전보다 더 장악하기 어려워진다는 경영진의 인식이 사태를 더욱 복잡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번 사태가 심 회장의 손을 떠난 게 아닐까 우려되기도 한다. 심 회장의 인재중시 경영의 표본이었고, <시사저널> 기자들과 사측의 요구를 조화시키려 분투했으며, 필자가 몸담았던 <일요신문>에서 오랜 기간 믿고 따랐던, 이윤삼 편집국장을 한 순간에 내친걸 보면 경영진의 비이성적 광기가 섬뜩하기까지 하다.
나는 이 국장의 사표 수리가 심 회장의 본뜻이라기보다는 브레이크가 없이 질주하는 일부 강경파의 독단이 득세하고 있는 사내 분위기의 결과라고 단언한다. 내가 아는 심 회장은 적어도 합리적 경영 리더십을 보여 왔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금의 사태가 심 회장의 리더십은 실종되고 <시사저널>이란 매체에 대한 이해력이 부족한 일부 경영진의 주문대로 굴러가고 있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인수 이후 8년이나 노조를 만들지 않고 있던 <시사저널> 기자들이 편집권 문제를 계기로 노동조합을 만들고 파업까지 하게 된 상황을 심 회장은 곰곰이 되새겨 보아야 한다. 시사저널에게 편집권 문제는 이 시사주간지의 오늘을 있게 한 '생명선'이나 마찬가지다. 심 회장은 편집국장 임명이 온전히 인사권문제라고 주장할지 모르나 이 인사권이 기자들의 취재현장풍토와 취재 내용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칠 지는 누구보다 기자출신인 심 회장 본인이 더 잘 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