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법 폐지가 이명박의 '선진화'인가?

[손석춘 칼럼] 미디어 산업논리의 확산을 우려한다

등록 2007.01.30 10:15수정 2007.07.08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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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의 풍경화. 한마디로 표현하라면 무엇이라 할까요? 저는 무람없이 '뒤죽박죽'으로 답하고 싶습니다. 내세운 명분과 실천이 곳곳에서 어긋나기 때문입니다. 개혁을 이야기하는 담론에 개혁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선진화를 이야기하는 담론에 선진화가 잘 보이지 않습니다.

보십시오. 노무현 대통령은 1월 25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방송통신 융합을 거론하며 방송 산업의 국제경쟁력을 강조했습니다. 방송계에 "너무 방송의 논리만 내세우지 말라"라고 요구했습니다.

대통령은 또 "누구에게도 속하지 않고 정통성의 뿌리도 어디에 있는지도 불투명한 기관이 책임 없이 방송통신 융합을 표류시켜선 안 됩니다"라며 방송위원회를 겨냥했습니다. 대통령의 언론개혁 논리가 과연 공공성에 뿌리내리고 있는지 의구심을 갖게 한 발언들입니다.

대통령과 대통령이 되겠다는 정치인의 미디어관

오마이뉴스 이종호
무릇 나라가 온전히 발전하려면 대통령이 방송의 산업 논리를 강조하는 발언에 정가에서 비판이 활발하게 제기되어야 합니다. 연말 대선을 겨냥해 움직이는 '예비후보'들은 더욱 그렇습니다.

하지만 전혀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다.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가장 높은 후보는 견제를 할 섟에 되레 엉뚱한 인식을 드러냈습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최근 미디어산업선진화 포럼 창립식에 참석해 "문화콘텐츠 산업은 10~20년 후에도 계속 발전할 수 있는 분야"라고 축사를 했습니다.


이 전 시장은 문화콘텐츠 산업에 대해 "국가적, 전략적, 체계적으로 잘 지원한다면 우리나라가 빠른 시간 안에 전 세계적으로 크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미디어를 산업으로 보는 전형적인 논리입니다.

그가 창립에 축사를 한 미디어선진화포럼은 취지문에서 "미디어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우리나라 경제에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기대되고 있다"며 "(정부의) 왜곡된 미디어산업 정책"을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방송의 논리'보다 '방송산업의 국제경쟁력'을 강조하는 대통령에게 "반시장적"이라는 정치적 공세가 이뤄지는 현실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요?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미디어선진화포럼은 신문법에 대해 미디어법제 전문가들의 의견이라며 "특정 성향의 신문에 한정된 재정 지원은 명백한 차별 행위"이고 "신문발전위원회와 신문유통원은 원천 폐지해야 할 대상"이라고 부각해 비난했습니다.

헌법재판소마저 인정한 신문법의 취지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주장이 거침없이 나오고 그것을 신문들이 돋보이게 편집하고 있습니다. 미디어선진화포럼 창립에 나선 학자들에게는 굳이 묻고 싶지 않습니다. 다만 이명박 전 시장에겐 진지하게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과연 이 전 시장도 신문법 폐지가 미디어 선진화의 방안이라고 진정으로 생각하는가를.

이명박, 대통령을 꿈꾼다면

정치인 이명박이 대통령을 꿈꾼다면, 명확하게 자신의 정책 방향을 밝혀야 옳습니다. 신문법 폐지를 공공연히 주장하는 모임의 창립식에 대선 예비후보로서 유일하게 참석해 축사를 한 것은 그 논리를 찬성하기 때문으로 생각하는 게 상식입니다.

더구나 신문법은 단순히 여럿 정책 가운데 하나가 아닙니다. 당장 각 당의 신문법 개정안과 정부의 방송통신융합법안이 현재 국회에 제출되어 있기에 예비후보들의 '정책'은 중요합니다.

정치인 이명박이 신문법을 정녕 폐지 대상으로 생각한다면, 미디어를 '성장산업'의 시각에서 바라본다면, 명토박아두거니와 그가 강조하는 '선진화'의 내용은 선진은커녕 퇴행일 수밖에 없습니다. '선진한국'의 미래는 벅벅이 암울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전 시장에게 명확한 답변을 요구하는 까닭입니다.
#신문법 폐지 #신문법 #미디어 산업 #미디어 산업논리 #선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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