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연
요즘 슈퍼마켓에서는 아이들 간식거리로 과자류를 장바구니에 담는 주부들의 모습이 눈에 띄게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많은 엄마들이 치킨이나 피자 대신 고구마나 누룽지 등으로 아이들 간식을 대체하면서 일부 슈퍼마켓에서는 고구마가 품귀현상을 빚는 일도 있다는 소식도 들려옵니다. 아마도 연일 매스컴을 타고 전해지는 트랜스 지방의 유해성을 주부들이 인식한 까닭이겠지요.
얼마 전에는 '과자 파동'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더니, 이번에는 트랜스 지방 때문에 먹을거리를 두고 또 걱정을 하게 생겼습니다. 더욱이 서구화된 아이들의 입맛 때문에 어린이들의 트랜스 지방 섭취량이 어른보다 많다고 하니 큰 걱정입니다.
이미 변해버린 아이들의 입맛을 하루아침에 바꿀 수도 없는 일! 그렇다면 도대체 마음 놓고 먹일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고민하느라 머리가 아플 지경입니다.
@BRI@이런 어른들의 걱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주말을 맞아 아이들에게 먹고 싶은 메뉴를 묻는다면 아마도 여전히 기름에 튀겨낸 돈가스를 꼽겠지요. 제아무리 입맛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아이라도 달콤한 소스가 듬뿍 뿌려진 분식집의 4천원짜리 돈가스 앞에서는 맥을 못 춥니다.
제 딸아이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집에서도, 밖에 나가서도 "무얼 먹을래?" 하고 물어보면 열에 아홉은 '돈가스'란 대답이 나오니 말입니다.
'아이들은 왜 그리도 돈가스를 좋아할까?' 하고 곰곰이 생각해 본 결과, 그것은 아마도 '입에서 느껴지는 맛' 때문이라기보다도 무언가 평소에 먹던 것과는 다른 특별함 때문일 것이란 결론을 내리게 되더군요.
일단 늘 사용하던 수저 대신 나이프와 포크를 사용해서 이른바 '칼질'을 한다는 것도 아이들에게는 특별함으로 다가갈 테고, 거기에 겨자며 소스를 찍어 먹는 재미도 더해지니까요.
또 커다란 접시에 오밀조밀 담긴 샐러드, 과일 등도 아이들 눈요기와 호기심 충족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소재입니다. 한마디로 눈으로 보는 재미가 요모조모 큰 메뉴이기에 아이들이 돈가스라면 사족을 못 쓰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맛도 좋지만 말입니다.
아무튼 돈가스는 성장기 아이들에게 좋은 양질의 단백질을 공급해 주는 요리임은 틀림없기에 아이가 원할 때마다 사 주거나 집에서 만들어 주곤 했습니다. 하지만 한가지 늘 걱정스럽고 부담이 되는 것은 바로 '돈가스에 사용되는 기름'이었습니다.
식당에서야 당연히 쓰고 난 기름을 수차례 사용하는 일이 허다할 것이고 집에서도 한 번 튀기고 남은 그 많은 기름을 그냥 버린다는 것이 사실상 쉽게 내키는 일은 아니니 말입니다. 또 무엇보다 돈가스 겉에 입힌 빵가루가 먹는 기름의 양이 보통이 아니라서 필요 이상의 지방 섭취를 하게 되지나 않을까 걱정스러웠습니다. 갓 튀겨낸 돈가스를 기름종이에 올려놓았을 때 스며드는 기름의 양만 봐도 엄청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