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월 24일 수요시위와 박물관 건립 캠페인에 참가한 사람들의 모습정대협
시계의 분침이 12에 다다르는 순간, 노래는 멎고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이하 정대협)의 윤미향 사무총장이 모습을 드러낸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지금부터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 건립을 위한 2007 시민모금 캠페인 발대식을 시작하겠습니다."
궁금증이 풀리기 시작한다. 오늘은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 건립모금을 위해 정대협과 함께 모금활동에 동참하기로 한 단체들이 수요시위에 앞서 캠페인 발대식을 벌이기 위해 모이는 날인 것. 수요시위와 정대협, 그리고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의 삼각관계가 조금 낯설게 다가오는 독자도 혹여 있지 않을까.
말하자면 길고 이제 굳이 긴 말을 하지 않아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일본의 수많은 전쟁 범죄 중의 하나인 일본군 '위안부' 문제. 그 해결을 위해 운동하는 단체가 정대협이고 그 운동의 중심에 자리 잡은 것이 일본대사관 앞에서 벌어지는 수요시위다. 그리고 일본군 '위안부' 제도의 피해자들에게 명예와 인권을 돌려주고 현재도 계속되는 전시 하 여성폭력 문제를 막기 위해 정대협이 역사를 기억하는 박물관을 짓기 위해 나선 것이다.
정대협은 지난 2년 간 박물관 부지 확보를 위해 활동한 결과, 서울시로부터 서대문 독립공원 내 매점 부지를 제공받았다. 부지 제공의 최종 승인은 지난해 8월 이루어졌는데 여기에는 지난해 말까지 건립비용의 70%이상을 확보하고 2008년 8월까지 건축을 완료할 것이라는 조건이 붙어 있었다.
이에 실무자들과 자원활동가들이 직접 거리로 나가 모금활동을 벌이고 정부와 기업을 상대로 적극적인 홍보활동을 펼쳤지만 기대를 걸었던 정부의 예산 책정이 무산되고 기업들의 협조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결국 올 초 착공에 들어가려던 계획은 불가피하게 1년 뒤로 미뤄졌고 다시금 모금활동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이번 캠페인을 시작한 것이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동당 여성위원회,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국여성농민회, 전국여대생대표자협의회, 전국대학신문기자연합, 여성신문사, 민주노동당, 천주교, 원불교, 한국독립영화협회, 한국여자프로농구연맹, 일본후원회, 일본군'위안부'할머니들과 함께하는 호주친구들 등 노동자, 농민, 대학생, 언론, 종교, 문화인, 스포츠 등 각 분야에서 함께 하기로 한 이번 캠페인을 점차 범국민적인 캠페인으로 넓혀나가는 시발점이 되게 한다는 것이 정대협의 포부이다.
다시 캠페인 발대식 현장으로 돌아가 보자.
참가한 단체들은 앞으로 더욱 힘을 모으겠다는 의지를 전하고 있었다. 전쟁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동참하겠다는 이야기에서부터 할머니들의 건강을 기원하는 이야기까지… 이어 다섯 살, 아홉 살 어린이들이 고사리 손으로 모은 돼지 저금통을 들고 나와 전달했다. 저 아이들이 어른이 되었을 땐 과연 이 땅에 전쟁도 여성폭력도 사라지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