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서울시당 당사이전식및 신년인사회에서 나란히 참석한 이명박 전 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오마이뉴스 이종호
점입가경은 이럴 때 쓰는 말이다. 싸늘한 시선과 험한 말이 오가면서 감정이 쌓여가고 대립각이 날카로워 진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그랬다. "나처럼 애를 낳아 봐야 보육을 이야기할 자격이 있고, 고3 네 명을 키워봐야 교육을 이야기할 자격이 있다." 누가 봐도 미혼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겨냥한 발언이었다.
박 전 대표가 발끈했다. "그런 논리대로 하면 군대 안 갔다 온 남자는 군 통수권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이냐"고 했다. 미혼의 박 전 대표가 기관지 확장증으로 군 면제를 받았다는 이 전 시장에게 받은 만큼 되돌려 준 것이다.
날세운 이명박·박근혜, 엇갈린 관전평
우려가 커진다. 인명진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은 "국민이 보기에 볼썽사납다"고 했다. "서로 자제하지 않으면 결국 해당행위로 갈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같은 당의 박관용 상임고문도 "도를 넘어선 과열경쟁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하지만 다른 관전평도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더 시끄러워도 된다"고 했다. "선거는 조용히 치르면 안 된다. 아주 시끄러워야 국민들이 관심을 갖는다"고 했다.
관전평이 엇갈리는 이유가 있다. 전력 평가가 다르다. 우려하는 쪽은 한나라당의 독주를 이상현상으로 본다. 여권의 대선 후보가 드러나지 않아 나타나는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본다. 모래 위에 서 있다는 진단이다. 그래서 서로 멱살잡이를 하다가 자칫 모래 늪에 빠져들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반면 무방하다고 단언하는 쪽은 한나라당은 반석 위에 서 있다고 본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경우 "(후보)검증은 사실 다 돼 있는 것"이고 "누가 (여권의 대선주자로) 나와도 국민의 지지를 받기 어렵다"고 한다. 한나라당의 집권은 따놓은 당상인 만큼 치고받는 게 그리 나쁜 일이 아니라고 한다. 오히려 흥행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한다.
누구의 평이 맞는 건지 궁금하지만 판정할 일은 없을 것 같다. 한나라당은 김 전 대통령의 관전평을 받아들일 생각이 아예 없다.
강재섭 대표가 거듭 제동을 걸었다. "사실상 모든 검증은 당이 주도적으로 해나갈 것"이라며 2월초 구성되는 경선 준비위를 검증창구로 삼겠다고 했다.
당 지도부 입장에선 그럴 수밖에 없다. 검증 요구를 피해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방치할 수도 없다. 어차피 거쳐야 하는 문이라면 가급적 빨리, 질서있게 통과하는 게 좋다. 방법은 후보간 검증이 아니라 당 주도의 검증 방식을 택하는 것이다.
당 방침이 섰으니까 다른 건 돌아볼 필요가 없다. 이것만 살피면 된다. 당이 주도적으로 후보 검증을 하면 볼썽사나운 모습을 진정시키고 분란 소지도 잠재울 수 있을까?
당 주도의 검증이 뇌관 될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