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저널 사장 주도로 일명 '짝퉁 시사저널'이 비상근 편집위원들에 의해 발행되고 있는 가운데 '시사저널 불법 제작 중단 촉구 기자회견'이 12일 오전 서울 용산 서울문화사앞에서 시사저널 노조원과 언론단체 회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오마이뉴스 권우성
20년쯤 전 외국 여행 중 본 텔레비전 영화라서 배우와 감독의 이름은 물론 제목도 기억나지 않지만 마지막 장면만은 아직도 뚜렷하다.
영국의 어느 자동차 생산공장에서 벌어진 파업에 관한 이야기인데, 대체인력으로 투입된 외지의 실업자가 파업 노동자들의 시선을 이겨내지 못하는 장면이었다. 병마로 고생하는 아이의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서 잘못인 줄 알면서 파업 파괴 행위에 가담한 그 실업자의 인간적 고뇌가 잘 그려진 영화였다.
'대체인력 금지'는 상식... 언론인들은 모르나?
@BRI@현대국가라면 당연히 '정당한 쟁의기간에 기존 업무를 대체하는 인력을 투입하는 것'을 법으로 금지한다. 노동 보호 측면에서는 끝자리에서 헤아려 보는 것이 훨씬 빠를 만큼 후진국인 우리 대한민국도 대체인력 투입을 노동법(제43조)으로 금지하고 있다.
사실 이 문제는 이미 법률을 언급할 필요조차 없는 현대 자본주의사회의 상식이다. 법률 조항을 잘 알 것 같지 않은 영화 속의 주인공이 가책을 느낄 만큼 너무나 자명한 것이다.
이번 '짝퉁 <시사저널>' 사태를 보면서 내가 특히 어리둥절한 것은 바로 이 점이다.
구체적인 법률 문구는 모른다손 치더라도 정당한 파업에 대체인력으로 가담한다는 것이 법률과 상식에 어긋난다는 점을 모를 리 없는 '언론인'들이, 그것도 '중견' '중진'을 자처하는 언론인들이 대거 그러한 행위를 벌인 것이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정말 영화 속 주인공만큼이나 기막힌 곤경에 처해있는 것인지. 또 그러한 인간적 고심의 결과인지.
영화에 나온 대체인력은 파업 노동자들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대체인력으로 동원된 '비상근 편집위원'들은 면식이 있는 없든 파업에 나선 <시사저널> 기자들의 언론 '동료'이고 '선배'들이 아닌가? 어째서 동료, 후배 기자들이 파업에 나서게 되었는지 모른다고 할 수 없는 사람들이 아닌가? 그래서 나는 더 더욱 이 분들의 행위를 이해할 수 없다.
약효는 없고 부작용만 가득한 '짝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