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 질서는 숙명이 아니다

[주장] 국가와 국민이 만드는 현실적 흐름일 뿐

등록 2007.01.12 11:14수정 2007.01.12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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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는 이른바 '세계화'의 시대에 살고 있다.

세계화라는 말은 그 뜻 자체로 볼 때는 결코 나쁜 말이 아니다. 인류가 국경을 넘어 서로 긴밀히 교류하면서 함께 잘 살아 가자는 뜻으로 이해한다면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좋은 말이다.

@BRI@그런데 왜 세계화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그들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기에 세계의 번영을 싫어한단 말인가? 좋은 일에 반대하는 사람들이니 무엇인가 문제가 있거나 엉뚱한 저의가 있는 사람들 아닐까?

실제로 요즘 우리 현실에서 보면 세계화를 추구하는 사람은 깨어 있는 개방주의자이고 반대하는 사람은 게으른 폐쇄주의자라고 오해를 하는 경우가 많다. 이 참에 이것이 오해인지 아닌지 한 번 짚어 보고 넘어갈 필요가 있어 보인다.

'세계화'라는 말이 지구상의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쓰이게 된 것은 WTO체제가 본격적으로 가동되면서부터이다. WTO는 국가들 사이의 무역장벽을 없애나가기 위해 만들어진 국제기구이다. 과거에는 개별국가들 사이에 필요한 만큼 교역하다가 특별한 필요가 생기면 그들 사이에 협상하면서 문제를 풀어가곤 하였지만, WTO체제가 가동되면서 점차 개별국가들의 특수성이나 고유한 조건은 고려되지 않고 세계적인 차원에서 모든 국가들을 하나의 시장으로 통합하면서 일률적으로 관리하는 흐름으로 나아가고 있다.

오늘날 전개되고 있는 세계화는 그렇게 각 국가의 국민들이 스스로의 필요에 따라 이웃 나라 사람들과 필요한 만큼 교류하는 것이 아니라 WTO를 중심으로 하는 국제기구에서 규칙을 정하여 획일적으로 적용해 나가는 것이다. 그런 국제기구를 움직이는 것은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강대국들이며, 또한 그들 국가와 국제기구를 움직이는 것은 초국적 대자본들이다.

강대국과 대자본들이 주도하는 세계화는 인류의 보편적 행복을 추구하기보다 그들의 이익을 위해 세계의 질서를 재편하고자 노력한다. 자본의 활동에 방해가 되는 모든 장애물을 제거하면서 이 세상의 모든 질서를 하나의 시장원리에 따라 재편해 나가고자 한다. 다른 어떤 가치보다 자본의 자유를 우선시 한다.


그런 가운데 돈 있고 힘 있는 강자는 더욱 유리한 조건을 획득하고 약자는 더 불리한 조건에 놓이게 된다. 국가 간에도 기회의 격차가 커지고, 개인들 사이에도 격차가 자꾸 커지면서 소외되는 나라와 개인이 점점 더 불행해진다. 그런 현상을 두고 학자들은 20 대 80의 사회라고 부른다. 20%의 혜택 받는 소수를 위해 80%의 다수가 희생되는 구조를 두고 하는 말이다. 대다수의 인류가 함께 행복해지는 질서가 아니라 소수의 번영을 위해 다수가 희생되는 것이라면 재고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세계화 흐름은 처음부터 인류사회 전체가 함께 행복해질 수 있도록 교정되었어야 하지만 강대국은 그들의 이익을 위하여, 그리고 약소국은 힘의 논리에 굴복하여 '대세'를 따라 지금까지 왔다.


세계화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바로 이러한 반인류적 흐름에 반대하는 것이다. 좋은 의미의 세계 공영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강대국과 대자본에 의해 그들을 위해 진행되는 세계질서에 반대하는 것이다.

이제라도 인류는 약자에게 먼저 기회를 주면서 함께 행복해질 수 있는 새로운 국제질서를 추구해 나가야 한다. 이미 대세이므로 어쩔 수 없다는 논리는 강대국과 대자본이 만들어내는 신화일 뿐이다.

세계화의 질서는 하늘에서 떨어진 숙명이 아니라 한국을 비롯한 구체적 국가와 국민들이 의견을 모으고 협상하면서 만들어 나가는 현실적 흐름이다. 세계의 각 국가와 국민들이 올바른 인식 속에 정의로운 질서를 추구해 나가면 그렇게 흐름을 바꾸어 낼 수 있는 것이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라도 시작하게 되면 최악을 피할 수 있다. 각 국가의 고유한 가치와 인류공통의 소중한 가치들을 지키면서 세계의 각 나라가 서로 도움을 주고 받는 보편적 국제화를 추구해 나갈 필요가 있다.

덧붙이는 글 | 한겨레필진네트워크 글방과 포털 사이트들 블로그에 올렸던 글입니다.

덧붙이는 글 한겨레필진네트워크 글방과 포털 사이트들 블로그에 올렸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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