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파업 이후 발행된 <시사저널> 899호.시사저널
'짝퉁'. 진짜 같은 가짜를 가르키는 신조어다. 시계나 고급 핸드백으로 출발했지만 모든 제품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그런 짝퉁 바람이 언론계에까지 불어닥쳤다. 지난 월요일 오후 전국 가판대와 서점에는 '짝퉁 시사저널(2007년 1월 16일자)'이 깔렸다. 제호도 로고도 판형도 똑같다. 제품을 만들어낸 회사도 똑같고 발행인·편집인도 동일인이다. 그러나 내용면에서는 완전히 다른 제품이다. 품질? 조악하기 이를 데 없다.
명품 짝퉁은 '미덕'이라도 있지만
명품 짝퉁에게는 변명거리라도 있다. 명품이 갖고 싶은데 주머니는 가벼운 소비자를 위해 태어났다는. 소비자는 진짜에 비해 서너배나 싼 짝퉁을, 뻔히 알면서도 구입한다.
그러나 '짝퉁 시사저널'에는 짝퉁으로서의 미덕마저 없다. 가짜인데도 진짜인 것처럼 정상 가격으로 유통되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를 철저히 기만하고, 몸담고 있는 기자들을 능멸하고, 나처럼 오랫동안 그 곳에서 일했던 사람들을 모욕하는 처사다.
스스로 짝퉁매체를 발간하는 일은 한국 언론사에 '야만의 시대'로 기록될 유신정권하에서도, 사이비언론사에서도 없었다. 2007년 신년 벽두에 '정통 시사주간지'를 표방하는, 17년의 빛나는 전통을 자랑하는 시사저널사에서 어처구니없게도 전대미문의 일이 벌어졌다.
[진퉁과의 차이점①] '만든 사람들'이 없는 희귀한 잡지
기자의 주장이 의심스러운가? 믿기 힘든가? 이제부터 조근조근 설명해 드리겠다.
모름지기 잡지라면 발행인에서부터 조판직원에 이르기까지 '만든 사람들'을 열거하는 난이 있기 마련이다. 맨 앞, 혹은 맨 뒤에. 뉴스를 단순 전달하는 신문 방송과는 달리 만든 이의 개성과 철학을 반영하는 잡지의 특징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난이다.
<시사저널>에도 지난 17년간 한 주도 빠짐없이 목차에 이어 '만든 사람들'이 소개되었다. 그러나 이번호 <시사저널>에는 통째로 빠져 있다. 말하자면 <시사저널> 899호를 만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것이 짝퉁의 제1근거다.
<시사저널> 기자들은 이미 지난 1월 5일 "원치 않는 길이지만 갈 수밖에 없다"면서 펜을 놓기로 결정했다고 사측에 통보했다. <시사저널> 기자들은 아무도 기사를 송고하지 않았고, 잡지를 만드는 과정에 참여하지 않았다. 회사측은 기자들의 항의가 두려워서라도 '만든 사람들'을 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펜(요즘에야 자판을 두드리지만 습관상 아직도 '펜'이라고들 한다) 잡는 게 업(業)인 기자들이 왜 펜을 놓았는가? 또 그 넌덜머리 나는 파업인가? 임금을 올려달라고? 잔업수당 더 달라고? 복지 개선하라고?
내 우직한 동료·후배들이 펜 놓은 이유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