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평택 대추리와 도두리에서 빈집강제철거가 시작된 지난해 9월 13일 오후 대추분교터를 찾은 김춘석 국무조정실 주한미군이전대책기획단 부단장이 항의하는 주민을 피하고 있다.오마이뉴스 권우성
중립적 진행자는 국제분쟁 해결에서만 유용한 것이 아니다. 대추리 협상 같은 복잡한 사안에 중립적 진행자를 둔다면 여러 가지 면에서 양측 모두에게 유리한 협상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경험 부족으로 협상에 익숙하지 않은 주민들은 비교적 대화로 문제에 접근하는 방법에 익숙한 정부 관료들을 상대하는데 어려움을 덜 수 있다. 그리고 정부가 밀어붙이기 식의 협상 전략을 쓸 경우 진행자를 통해 이를 저지하거나 걸러낼 수 있다.
정부측에게도 중립적 진행자는 도움이 된다. 힘이 월등한 정부측에 유리한 협상이 진행될 것이라는 국민들의 의심을 불식시킬 수가 있고 협상 결과에 대해서도 보다 떳떳해질 수 있다. 한 마디로 대국민 설득에 훨씬 유리한 전략적 선택일 수 있다는 것이다.
중립적 진행자는 양측이 모두 신뢰할 수 있는 사람으로 양측 모두가 동의해야 한다. 불신의 골이 깊어 합의를 이루기 힘들다면 양측 각각 1명씩 두 명의 중립적 진행자를 선택하는 것도 해결 방법 중 하나다.
진행자는 무엇보다 양측의 의견을 경청해야 하고 지루하고 복잡한 의견 대립을 잘 정리할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당사자들이 원래 목적을 되새기면서 성실하고 진지한 자세로 대화에 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동안의 갈등해결 실패를 돌아보라
하나 더 바란다면 협상 상황을 최대한 공개하고 협상에 참여한 대표들과 주민들 사이에 소통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최대한 배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협상 시한에 쫓겨 대표들만의 합의로 협상을 종료시킬 경우 주민들의 반대로 결국 새로운 갈등을 양산할 수 있다.
현재로선 빠듯한 시간도 문제다. 여러 가지 면에서 입장 차이가 확실한 상황에 이달 중순까지 최종 합의안을 도출한다는 것은 너무 조급한 계획이다. 양측이 어떻게 시한을 합의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일단은 갈등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긍정적 상황으로 인식하고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이 성공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
이번 협상에 임하면서 무엇보다 정부는 그 동안 겪었던 수많은 공공갈등해결 실패 경험을 되돌아봐야 한다. 시간에 쫓겨 성급하게 마무리하거나 밀어붙이기 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리고 좀 더 신중하고 혁신적인 방법으로 이번 협상을 진행시키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