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혁명>에서 공개된 박헌영(사진 오르쪽)과 박비비안나의 사진.MBC
2006년이 저무는 시간, 지나간 한 해를 돌이켜 보면 올해도 TV의 위력은 대한민국에서 대단했다. 많은 사람들에게 친숙하고도 친숙한 매체로 TV는 자리했다.
온갖 종류의 드라마뿐 아니라 월드컵 축구 등을 전달한 TV는 여전히 사랑받은 매체임이 분명하다. 그러면 다큐멘터리라는 장르는 TV에서 어땠을까? 보통 야심한 밤에 편성되는 시간표가 웅변적으로 말해주듯, 다큐멘터리를 비롯한 소위 시사 교양물들은 우리나라 TV의 비인기 종목이다.
하지만 경제 성장과 함께 우리 문화적 역량의 지표로 다큐멘터리가 자리매김된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BRI@그 한 예가 지난 11월 21일부터 12월 17일까지 근 한 달간 MBC에서 방송한 다큐멘터리 5부작 <세계를 뒤흔든 순간- 러시아 혁명(한홍석 연출)>이다.
이 다큐멘터리의 중심에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1917년 사회주의 혁명이 있다. 그러나 이 작품은 1917년 혁명에만 집중하지 않고 그 혁명이 일어나게 된 배경, 그리고 그 혁명이 다다른 곳까지를 객관적이고 다채롭게 담아냈다.
깊이와 재미는 물론이고, 충실한 자료화면, 고증을 통한 역사 재연, 4개국을 넘나들며 직접 따온 다양한 역사학자들의 해설 등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다큐멘터리가 갖추어야 할 요소들을 두루 갖춘 빼어난 수작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러시아 혁명>의 진가는 우리의 시각으로 '러시아 혁명'을 조명했다는 데 있다. 19세기 말 몰락해가던 제정 러시아 시대부터 국가가 국민에게 가하는 끔찍한 테러가 만연하던 스탈린 시대까지, 그 먼 북구의 땅에도 '우리'는 있었다.
우리 선조들은 독립의 꿈을 꾸며 1920년 모스크바에서 열린 코민테른 대회에서 태극기를 흔들었다. 또 소련의 각 지역에서 셀 수 없이 많은 우리 동포들이 스탈린 숙청의 희생물로 스러졌다. 박헌영의 딸은 아직도 그곳에 살며 아버지를 추억한다.
그런데 소련이 사라진 지금, 신자유시대를 사는 21세기의 우리에게 '러시아 혁명'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전대미문의 노동자 혁명이었던 '러시아 혁명'의 이상은 본산지에서조차 실패했는데 말이다.
재미있고 내용도 알찬 이 다큐멘터리를 보다 보면 '러시아 혁명'의 교훈은 아직도 우리에게 유효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특히 신자유경제 체제와 분단 체제라는 두 짐을 걸머진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진다.
1년간의 기획, 세 대륙을 돌며 100일에 걸쳐 진행한 촬영, 그리고 지난 두 달 반을 '노가다' 모드로 편집실에 틀어박혀 다큐멘터리를 완성한 주인공, 한홍석 PD를 지난 12월 19일 오후 서울 남산의 한 호텔 커피숍에서 만났다. <러시아 혁명>이 종영되고 이틀 후다.
다음은 한홍석 PD와 나눈 일문일답.
"분단 체제 바로 바라보기 위해선 러시아를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