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교회비판 절대불가? KBS 1TV <한국사회를 말한다> '선교 120주년, 한국교회는 위기인가'(2004년 10월 2일 오후 8시 방송)에 항의하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소속 기독교신자들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본사앞에서 항의시위를 벌였다.오마이뉴스 권우성
그러나 이것은 꼭 언급하고 싶다. KNCC가 전향했건 훼절했건 간에 진보적 그리스도인들이 사학법 재개정을 바란다고 규정하지 말아달라고 점을 말이다. 모름지기 사학이든 공립학교든 학교는 공공재이다. '소유권' 운운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런 사학에 공공성을 부여하는 것을 막을 명분은 없다. 그러나 정말 명분이 없는 행동은 '학교를 폐쇄하겠다'는 농담으로도 해서는 안 될 말이다(전교조 교사들이 단체로 합법적 월차 낸다고 했을 때 '교육권 침해'라 반발했던 보수언론의 처신도 문제다. 목사들을 꾸짖는 말은 꺼내지도 않으니 말이다. 월차는 안 되고 폐쇄는 된다는 이야기인가?).
토론하고 싶은 논점은 하나 더 있다. 창학 이념이 훼손된다고 주장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창학 이념의 파괴는 학생들의 고교 선택권을 완전히 앗아가 버린 박정희 정권 시절 '고교평준화' 조치가 나왔을 때 고민했어야 했다.
예배를 원치 않는 아이들에게 몽둥이와 교칙을 앞세워 강압적으로 예배실로 쑤셔 넣었던 학교나, 그런 예배 들으며 기독교에 대해 더 큰 반감을 갖게 된 학생들. 서로의 불행은 이때부터 시작됐던 것이다(간혹 고교평준화를 통해 전도의 기회가 부여됐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는 모양이다. 교목이 강단에 나와 30~40분씩 설교한다고 전도가 되는 시대인지는 의문이다. 떠들지 않고 자리에 앉아 조용히 듣는 친구들을 흡족하게만 바라보지 말고 자세히 살펴봤으면 한다. 8할은 귀에 뭘 꽂고 있을 것이다).
일제는 민족정신을 말살하고 기독교 교육의 근간을 뿌리 뽑기 위해 기독교 사학을 문 닫게 했다. 하지만 그 명맥을 끊지는 못했다. 그런데 그 사학을 음해하려는 것도 아니고, 의결 정족수도 안 되는 소수의 공공인사를 갖다 앉히자고 하는데도, '이러면 미션스쿨 망한다'는 주장은 너무 과한 것은 아닐까. '과장'이 지나치면 '혹세무민' 소리를 필연코 들을 것이다. 걱정되는 부분이다.
재산에 초연했던 그리스도 정신은 어디로
목회자 여러분께 당부한다. 노무현 정부에 대한 지지도가 낮고, 여당 체제가 흔들리는 이 상황에 편승해 기독교 사학의 기득권을 최대한 챙겨보려는 정략적 발상은 제발 거둬주길 바란다. 독재정권 때 귀 따갑게 들려주신 '세속 권력에 복종하라'는 말씀을 돌려드리려는 것은 아니다(잘못된 세속 권력이라면 견제해야 하는 것 역시 당연한 교회의 몫이다).
다만 사학의 기득권이 공고해야만 창학 이념이 탄탄하게 지켜진다는 식의 억설로 더 큰 냉소를 자아내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다. 노 정권의 인기는 바닥이어도 사학법 제정 취지에 대한 국민적 지지세는 탄탄하다. 경험칙 때문이다. 지금 목회자들의 투쟁은 그런 의미에서 '기득권 지키기'로 비춰질 공산이 크다.
많은 사람들은 기독교를 기득권을 버려야 빛이 나는 종교로 인식하고 있다. 실제 예수 그리스도 역시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그 엄청난 명함을 하늘나라에 두고 마구간에 내려오신 분 아닌가. 그 분은, 몇몇 목사들처럼 바퀴 달린 십자가가 아니라 진짜 십자가를 지고 온갖 수치와 모욕을 당하면서 인류 구원의 좁은 길을 걸으시지 않았던가.
예수 그리스도가 걸은 그 발걸음은 법과 제도, 권력체계, 재산과는 완전히 초연했던 것이다. 세속의 모든 헤게모니는 가이사에게 통째로 쾌척하시고는 '하늘의 가치'만을 택하셨던 것이다. 그 분 덕에 (성경이 가르친 원리로부터 변질된 측면도 없지 않지만) 기독교는 2000년 역사 내리 지구촌 곳곳에 양화를 구축하는 핵심적인 이데올로기가 됐다. 목회자들의 본령이 예수 그리스도의 길로 양떼들을 인도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목회자 여러분은 지금 그 길로 우리를 인도하는 것인가.
"크리스마스에는 사랑을 크리스마스에는 축복을~"
이런 노래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크리스마스에는 단식을 크리스마스에는 투쟁을' 하는 목회자들. '교회의 기득권 챙기기'라는 오해를 사면서까지, 목회자의 사회적 체면이 깎이는 부담을 자초하면서까지, 순교를 각오해도 될 만치, 사학법 재개정이 그렇게 절실한가. 공평과 정의, 사랑 그 자체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이 '개독'으로 오욕돼도 상관 안 할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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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라디오와 FM, KBS1라디오에서 뉴스 브리핑을 담당하는 시사평론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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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CC의 '사학법 재개정', 훼절인가 전향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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