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386세대' 의원들의 모임인 '새로운 모색'은 지난 2004년 10월 28일 정부와 여당에 '주사파'가 포진했다고 주장한 안택수 한나라당 의원에 대해 발언 취소와 사과를 요구했다. 송영길 의원이 기자회견문 낭독을 하고 있다.오마이뉴스 이종호
다음으로, 그들이 운동을 오래했다는 것 역시 오해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이들은 대부분 학생운동 후 정치권에 입문했다. 정치권으로 진출했다는 것이 잘못은 아니다. 문제는 그들이 운동의 연장선에서 정치를 한 것이 아니라 운동을 훈장으로만 여겼다는 점이다. 운동은 마치 훈장처럼 아름다웠던 추억을 되살리기 위해 정치적으로 활용되었지, 지금 여기에서 벌어지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치열한 노력으로 전환되지는 않았다.
이들의 훈장정치가 빛을 발하는 것이 '과거의 동원'이다. 노무현 정권은 인기가 떨어질 때마다 과거사법과 같은 과거의 문제를 동원했지, 미래를 위한 개혁입법을 치열하게 추진하지 않았다. 과거 청산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사회적 양극화 해소, 부동산 문제, 새만금, 정보인권 등과 같이 현재와 미래를 위한 노력에 무심한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이러한 잘못은 과거의 인식에 사로잡힌 훈장정치의 필연적 결론이다.
사실 운동은 다른 386세대들이 했다. 지금은 정치인 386세대 때문에 싸잡아 비난받지만, 월 100만원도 안되는 월급을 받으며 우리 사회의 다양한 영역에서 국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했던 사회운동 세력들이 운동을 했다. 또한 자신의 전문영역을 발전시키면서도 전문지식을 활용해 사회개혁을 위해 노력한 사람들이 운동을 했다.
사실 정말 억울한 사람들은 이들이다. 운동을 한다는 이유로 개혁을 주장한다는 이유로 정치인 386과 동일하게 비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은 정치인 386처럼 실력이 없지 않다. 그들은 운동을 했기 때문에 공부를 하지 않을 수 없었고, 복지면 복지, 부동산이면 부동산, 문화면 문화의 전문가가 되어 정치권 386에게 날카로운 비판을 가하고 있다. 한나라당을 제외한다면, 노무현 정권에 대한 가장 강력한 비판세력은 이들이고, 사실 이들에게 우리 사회의 희망이 있다.
공부도 안했고, 운동도 안했으니 무능과 실정으로 나타나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모든 피해는 그들을 지지했던 사람들과 국민의 몫이다. 그들을 지지했던 사람들은 배신감뿐 아니라 생활의 고통까지를 떠안게 되었고, 이제는 믿을 사람 하나 없는 세상에서 새로운 출발을 해야 한다.
마흔, 잔치는 끝나지 않았다
정치인 386을 위한 잔치는 끝났다. 그러나 생활인 386을 위한 잔치는 시작되지도 않았고, 386을 넘어 이 땅에 생활인들을 위한 잔치는 시작도 되지 않았다. 그들은 여전히 고통받고 있고, 그들은 여전히 새로운 세상을 꿈꾸고 있다.
나는 노무현 대통령이 임기를 가지고 '장난'칠 때마다 화가 난다. 그 '임기'는 다른 누구도 아닌 우리 모두의 힘으로 만들어낸 민주화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무리 선의에 의한 이야기라고 하더라도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 이야기는 잘못된 것이고, 나는 그것을 장난쳤다고 표현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정치인 386에게 강력한 자기반성을 촉구하지만, 반성의 표현으로 당장 그만두라고 하고 싶지 않다. 심정적으로는 그러고 싶지만 어쨌든 임기는 지켜지는 게 우리가 만든 헌정질서의 연속을 위해 좋은 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는 그들에게 '이번만 하겠다'는 결심을 요구한다. 계속 하겠다는 욕심을 버릴 때, 국민들의 고통이 눈에 보일 것이다. 그 고통을 해결하는데 주력하기를 바란다. 제발 다시 권력을 잡기 위해 신당이내 뭐내 하지 말고, 민생에 신경 써 주기를, 그들이 약속했던 개혁에 신경 써 주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모든 정치인 386이 위와 같지는 않을 것이다. 정치권에도 국회의원이나 청와대 수석이 되지 못해 빛이 나지는 않지만, 음지에서 열심히 뛰면서 자신들의 진실이 희석되는 것이 안타까워 소주잔을 기울이는 많은 386세대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진정에도 불구하고,
정치인 386의 실험은 끝났다고 말해야 한다. 실패를 깨끗하게 인정할 때에만 새로운 출발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이제 386세대는 40대가 되었거나 혹은 40대가 되려고 한다. 한국 사회의 중요한 고비마다 그 방향을 올바른 방향으로 잡아주었던 386세대는 이제 명실상부하게 우리 사회의 중심세력이 되었고, 우리 사회를 이끌어 나가는 세대가 되었다. 사오정, 삼팔선으로 고생하고 있지만 이들이 IT 산업을 통해 한국 경제를 한단계 성장시켰고, 이들이 한류를 통해 한국을 세계의 중심으로 진입시켰다. 이 세대는 배고품의 기억을 간직하기에 아버지 세대를 이해할 수 있고, 인터넷을 주도했기에 아래 세대들과 소통할 수 있다.
정치인 386세대의 실험은 끝이 났지만, 거대한 흐름으로서의 386세대의 꿈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뉴라이트 교과서가 보여주듯이 비합리적 보수세력들이 길게는 지난 100여년 독립운동의 역사를 부정하고, 짧게는 지난 60여년의 민주화운동의 성과를 일거에 무화시키려하는 이때, 386세대가 젊은 시절에 꾸었던 꿈은 더욱 소중한 우리 사회의 자산이다.
386세대의 꿈은 항상 현재진행형이었다. 그들은 20대에 민주화를 이루었고, 30대에는 한국 사회의 흐름을 바꾸었다. 모든 세대와 소통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세대, 그리고 명실상부하게 한국 사회를 움직이는 세대, 이 세대가 마흔에 만들어갈 꿈은 무엇일까? 아직 모든 것이 혼미하기는 하지만, 이 세대가 다시 한국 사회의 방향을 이끌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그들이 만들어낼 새로운 꿈, 마흔, 잔치는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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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386 실험 끝났지만 마흔, 잔치는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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