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박물관이 있는 아디스아바바 국립대학교 모습김성호
다음날 아침 7시가 되자 전 세계에서 몰려온 여행객들이 배낭을 다시 메고 각자의 행선지를 찾아 떠나느라 부산하다. 나는 하루종일 아디스아바바의 시내를 돌아다니기로 했다. 에티오피아 공용어인 암하릭어로 ‘새로운 꽃’이라는 뜻의 아디스아바바는 역사가 1백여 년 밖에 되지 않았으나 에티오피아의 확고한 정치, 경제, 외교 중심지가 되었다.
아침을 먹자마자 찾아 나선 곳은 아디스아바바 국립대학 교정 안에 있는 인종박물관이다. 어느 나라 캠퍼스와 마찬가지로 아디스아바바대학 교정도 낭만이 넘치는 곳이었다. 젊은 남녀 학생들이 교정 잔디밭에 모여 즐겁게 이야기하면서 함께 웃음을 터뜨리기도 하고, 겨드랑이에 책을 끼거나 손에 책가방을 들고 분주히 교실로 들어가는 학생들도 보인다.
에티오피아 마지막 황제인 하일레 셀라시에의 왕궁이었던 인종박물관은 3층으로 되어 있다. 말 그대로 다양한 인종과 지역의 전통 공예와 문화를 소개하고 있다. 전체 인구 7천7백여 만 명에 모두 80여 개 부족으로 이뤄질 정도로 수많은 인종으로 구성되다보니 이처럼 별도의 인종박물관이 필요한 것이다.
인종박물관 구경을 마치고 나오면 바로 아래에 국립박물관이 있다. 이곳에는 고대 유물과 화폐, 문화재, 그리고 현대작가들의 그림 등이 전시되어 있는 데, 단연 여행객들의 눈길을 끄는 것은 지하1층에 있는 화석이다. 지하 1층 전시실 가장 깊숙한 곳에 에티오피아어인 암하릭어와 함께 영어로 “Lucy Room”이라는 문구가 씌어 있는 동굴 같은 전시실이 있다. 에티오피아를 방문하는 여행객이라면 누구나 찾는 곳이다.
최초의 인간이자 우리 인류 모두의 어머니인 ‘루시’가 있는 곳이다. 유리 보관함에 루시의 화석유골이 최초로 두발로 서서 걸은 직립보행의 원조답게 인간의 모습을 한 채 꼿꼿이 서있다. 키 110cm 정도에 몸무게는 채 30kg이 나가지 않는 작은 체구지만 인류의 어머니다운 당당함이 느껴진다.
320만년 전에 살았던 최초의 인간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역동적이고 생생한 모습으로 살아 숨쉰다. 물론 이 곳에 전시된 화석은 진짜가 아니라, 진짜를 모델로 해서 만든 석고모형이다. 진짜 화석유골은 보존을 위해 박물관의 별도 보관소에 놓여 있다. 진짜가 아니면 어떠랴. 석고모형에서도 최초의 인간이자 인류의 어머니의 모습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데. 나의 눈길을 끄는 것은 단연 루시의 골반이다. 둥글고 단단한 골반을 보니 감탄이 절로 나온다. 우리 인류가 저 단단한 골반, 아니 저 작은 자궁 속에서 나왔다니 경외롭기 까지 한다.
'인류의 자궁' 루시는 어떻게 살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