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자도에 태어나 한 평생을 살아온 편길자(66)가 배를 기다리며 해바리기를 하고 있다박상건
강태공의 사랑 듬뿍 받는 섬
효자도에는 45가구에 200여명이 산다. 마을 이름도 풍경만큼 인심만큼 아기자기하다. 선착장이 있는 아랫말, 방조제가 있는 웃말, 해수욕장이 있는 명덕, 푸른 모래밭인 녹사지, 제일 남쪽의 남촌, 그 다음은 중리, 그 위에 상리마을 등 7개 마을이다.
섬 안에는 1만 평의 인삼밭이 있다. 기름기가 적고 물이 잘 빠지는 토양 특성 때문에 인삼재배가 그만이란다. 또 해풍 탓에 병충해가 적어 육지의 다른 인삼 재배과정과는 달리 농약 사용량이 절반에 불과하단다. 그런가 하면 석회질 토양에 적당히 불어주는 갯바람과 물을 강하게 빨아올리는 속성이 강한 쪽파는 알이 굵고 한 뿌리에는 무려 1백여 개의 낟알을 쏟아질 정도로 생명력이 왕성하단다.
효자도 사람들은 섬인데도 이처럼 일부는 농사를 겸하는데, 쌀·보리·고구마·인삼 등이 주요 농산물이다. 나머지 대부분은 주로 어업에 종사한다. 대합, 바지락을 양식하고, 연근해에서는 멸치·꽃게·낙지, 우럭 등을 잡아 내다팔고 있다.
그래도 섬이라면 낚시하는 재미가 아니겠는가? 효자도는 다행히 조류가 빠른 탓에 낚시꾼이 많이 찾는 섬이다다. 우럭, 놀래미, 장어 낚시가 인기다. 섬 전체가 낚시터라고 해도 결코 틀린 말이 아니다. 특히 물이 빠지면 연결되는 또랑섬은 낚시인들에게 유명한 낚시 포인트이다.
바로 앞에 떠 있는 추도 월도 육도 허육도 등으로는 배낚시꾼들이 찾는다. 또 모래와 바위가 어우러진 녹사지는 낚시인들이 낚시밭이라고 부르는 곳이다. 녹색 모래밭과 바위틈 사이로 우럭, 놀래미, 장어들이 아주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낙지가 이방인과 눈을 마주치는 이유는
겨울철에는 꼬막과 바지락이 많이 잡힌다. 저녁 무렵 물이 빠질 때 손전등을 들고 나가면 낙지 해삼 소라 등을 그냥 줍다시피 한다. 선착장에서 뭍으로 나가는 배를 기다리던 편길자씨(66)는 1시간에 잡은 것이라면서 양동이에 담긴 50마리의 낙지를 보여주었다.
“ 많이 잡긴 했는데...장갑을 안 끼고 잡았다니 손이 부르텄어!”라면서 주름진 손등에 뻘과 조개껍질에 긁힌 자국을 보여주었다. “그래도 돈을 살 수 있으니 행복하다”며 웃는 아낙의 얼굴에서 낙지가 그렇게 소중한 해산물로 다가선 것은 처음이다. 강아지 눈망울처럼 눈동자를 돌리던 그 낙지에 대한 기억은 효자도와 아낙을 상징하는 눈빛으로 가슴에 생생하게 남아 있는 터이다.
찬바람을 맞으며 캔 낙지의 산지가격은 아주 쌌다. 너무 싼 게 아니냐고 물었더니 “바지락은 1㎏당 2천원이고 낙지는 한 마리당 2천원이니 몇 배나 더 좋은 값을 받는 것 아니냐”며 웃던 그 아낙. 아들은 다 커서 서울 어느 공단 마을 전도사이고 딸은 전남 나주에서 쌀농사와 과수원을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효자도 바닷가에는 대나무가 심어져 있다. 그것은 바지락 양식장이다. 대나무가 일정 간격으로 뻘에 박혀 있는데 씨알이 큰 것이 서식하는 곳과 캐서는 안 되는 지역을 구분하고 있단다. 이는 자원의 고갈을 스스로 막고 마을 주민들이 오래도록 생계를 이어갈 수 있는 자구책의 일환이다. 그래서 캐면서 씨 뿌리기를 병행하고, 1인당 20㎏씩만 캘 수 있도록 원칙을 정해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