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경남 창녕군에서 사회봉사활동에 나선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와 김용갑 의원이 양파를 옮기고 있다.윤성효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가 경남 창녕에 갔다. 양파를 깠고 토마토 수확작업을 도왔다. 사회봉사활동 차원이다.
강재섭 대표가 창녕을 찾은 이유는 10·25재보선에서 빚어진 일 때문. 창녕이 지역구인 김용갑 의원이 당 공천 후보를 제치고 무소속 후보를 밀어 군수에 당선시키자 '해당행위' 논란이 일었고, 당 윤리위원회는 징계 불가피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다.
강재섭 대표의 창녕행은 이 때문에 이뤄진 것이다. 자신이 십자가를 짊어지겠다고 했다.
김용갑 의원도 함께 했다. 당직자 10여명과 함께 강재섭 대표의 사회봉사활동을 도왔다. 하지만 사회봉사활동의 주체는 분명히 강재섭 대표였고, 김용갑 의원은 '동참자'였다.
이 사실은 김용갑 의원의 말에서도 확인된다. "이번에 공천으로 인해 골이 생긴 지역인데 대표께서 와서 화합하는 계기를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징계를 받아야 할 사람은 가만히 있는데 왜 당 대표가 나서느냐는 얘기가 적잖았다. 멀리서 찾을 것도 없다. 당 내에서조차 이런 지적이 많았다. 이미 지적된 내용을 되풀이해서 짚을 필요는 없다. 다른 점을 짚자.
강재섭 대표는 정말 사회봉사활동을 한 것일까? 창녕은 정녕 골고다 언덕이었을까?
화려했던 강재섭 대표의 봉사활동
그렇게 보기 힘든 측면이 있다. 강재섭 대표의 창녕행에는 당직자 등 10여명이 동참했고, 기자들도 뒤따랐다. 수없이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고 봉사활동상은 신문 지면과 방송 화면을 장식했다.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 언덕을 오르는 것 치고는 너무 화려하다. 봉사를 이렇게 떠들썩하게 하는 경우도 쉽게 보기 힘들다. 차라리 '체험, 삶의 현장'에 가깝고, 대국민 홍보전에 가깝다.
다른 문제도 있다. 창녕군민들은 강재섭 대표의 봉사활동을 바랐을까? 다시 말해 10·25재보선에서의 한나라당 공천은 창녕군민들에게 봉사를 통해 사죄할 만큼 잘못된 것이었을까?
아니다. 후보 공천은 대통령의 인사권 행사와는 차원이 다르다. 일당 독재체제 국가가 아닌 이상 어느 한 당의 공천이 특정 지역 주민의 선택권을 대신하지는 않는다. 정당은 단지 지역 주민의 삶을 잘 보듬어줄 것이라고 판단하는 인물을 공천, 즉 천거할 뿐이다. 결정 주체는 주민이다. 창녕군민은 이런 원리에 입각해서 한나라당 공천 후보를 내쳤다.
한나라당의 공천이 정말 잘못된 것이었다면 강재섭 대표는 창녕군민이 아니라 한나라당 당원을 상대로 사죄하고 봉사하면 될 일이었다.
하지만 이 또한 결과론이다. 10·25재보선 결과가 나온 이후의 얘기다. 애초에 당 윤리위에서 문제가 된 것은 과정이다. 당의 결정을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선거지원활동을 한 김용갑 의원의 해당행위가 문제였다.
그런데도 강재섭 대표는 "10·25 창녕군수 선거 후보 공천에 대해서는 당에서도 미안해서 봉사하는 것"이라고 했다. 김용갑 의원은 "대표께서 (창녕에)와서 화합하는 계기를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본과 말, 과정과 결과가 거꾸로 섰다.
하나만 더 짚자. 강재섭 대표는 자신이 봉사활동을 자청한 것이 "개혁을 후퇴시킨다기보다 당원 전체의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그럴까?
이런 소식이 있다. 한나라당 이재웅 의원 얘기다.
당 대표에 '어깃장'으로 화답한 어느 당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