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황진이', 한국뮤지컬의 새로운 희망 쏘다

신비로운 예술무대 압권... 현대적 색채 절묘하게 입혀

등록 2006.11.29 20:39수정 2006.11.2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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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황진이' 중(진이와 단, 영혼의 재회)
뮤지컬 '황진이' 중(진이와 단, 영혼의 재회)스탠딩컴퍼니
한국뮤지컬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았다. 500년 전 역사 속 인물 기생 황진이를 소재로 그린 뮤지컬 '황진이(연출 권오성)'가 지난 28일 리틀엔젤스 예술회관(~12월 25일)에서 언론에 공개됐다.

한국적 문양을 바탕으로 사선으로 꾸며진 무대세트와 고운 빛깔의 조명과 더불어 컴퓨터 그래픽 효과로 만들어낸 꽃송이가 피어나고 흩날리는 무대 효과는 예술 그 자체였다.


또 한복 패션쇼를 방불케 하듯, 색색의 화려한 한복들의 등장은 무대와 완벽한 짝을 이뤘다. 여기에 기생들의 고혹적인 춤사위는 눈부실 정도였다. 신속한 무대전환 또한 극의 매끄러운 흐름을 도왔다.

독일 출신 작곡가 미하엘 슈타우다허는 황진이의 현대적 느낌을 제대로 살려냈다. 미하엘은 거문고 소리를 단독으로 내세우지 않고서도 서양악기와의 절묘한 조합으로 한국적인 멜로디를 찾아냈다. 한국뮤지컬이 세계시장으로 통하는 해법을 찾아낸 셈이다.

뮤지컬은 '단'이 토해내는 신비로운 영혼의 울림으로 시작한다. 단은 극중에서 진이(황진이)를 사모하지만, 미천한 신분의 벽을 넘지 못하고 목을 매 죽는 인물. 죽어서도 한스러운 사랑으로 진이의 행복을 지켜주고자 한다.

하이소프라노 음역을 넘나드는 단 역할의 이희상(카운트 테너)씨의 음색은 뮤지컬의 신비함을 더해줬다. 카운트 테너는 가성을 사용해 여성의 음역까지 높은 음을 낼 수 있는 가수를 말한다.

진이는 단의 죽음으로 기생으로 살아갈 것을 결심, 타고난 미색과 빼어난 능력으로 명기가 된다. 그러나 평생의 정인 사종을 만나면서 험난한 풍파를 겪게 된다. 자신을 연모한 수창의 끈질긴 음모로 사종이 죽음을 맞는 것. 이후 진이는 세속의 때를 벗고 진정한 명기(?)의 길을 깨닫는다. "산다는 건, 노여워하고 슬퍼하고 아파하기엔 너무나 귀한 것…"

뮤지컬 배우 서정현이 황진이(더블 캐스팅 문혜원)로 28일 무대에 섰다. 서정현은 지난해 일본 공연으로 화제가 됐던 뮤지컬 '겨울연가'의 주인공으로 활약했다. 이번 공연에서 그녀는 서정적인 음색과 한복선이 어울리는 고운 맵시를 선보였다.


그러나 탤런트 하지원이 보여준 질감 있는 연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하지원은 현재 방영되고 있는 KBS드라마 '황진이'에서 황진이로 출연하고 있다.

아울러 일부 배우의 가창력 부재와 지족선사 유혹 장면 등 치밀함이 떨어진 내용구성은 풀어야 할 숙제다. 특히 진이와 사종. 진이와 수창이 주고받는 노래는 매끄럽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뮤지컬 '황진이'는 뮤지컬 '명성왕후' 이후, 가장 한국적인 소재의 재현으로 세계뮤지컬시장에 우뚝 설 것으로 기대된다.

덧붙이는 글 | 한의신문 인터넷판에 실렸음.

덧붙이는 글 한의신문 인터넷판에 실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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