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전 김한길 열린우리당 원내대표가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던 도중, 한나라당 의원들이 야유를 보내고 있다.오마이뉴스 이종호
모두가 궤변이다. "창당은 정당했지만 실패를 인정한다"는 식의 발언은 국민들을 또다시 모욕하는 것이다. 한 마디로 말한다. 다음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 열린우리당이 실패했다면 그 창당목적이 실패했다는 말이므로 실패를 인정하려면 그 창당목적이 실패했음을 분명히 인정하기 바란다. 만약 창당목적의 실패를 인정할 생각이 없다면 그냥 그렇게 끝까지 열린우리당과 함께 국민들로부터 자신들이 옳았는지 틀렸는지 심판받기 바란다.
그러나 너무나 정당하고 단순한 이 선택요구 앞에서 열린우리당 정치인들은 매우 괴로울 것이다. 왜냐하면 열린우리당의 진짜 창당목적과 그 실패를 솔직하게 고백하는 것이 괴롭기 때문이다. 이해한다. 우리나라 정치담론의 특성은 위선이란 것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거리낄 것 없는 내가 대신 말해주겠다. 열린우리당의 진짜 창당목적은 '호남 없는 개혁'이다. 그리고 열린우리당의 실패는 곧 '호남 없는 개혁'의 실패다. 그러므로 실패를 인정하고 미래를 도모하자는 것은 곧 '호남+개혁'으로 복귀하자는 의미고, 이 실패에 동의하지 못하겠다는 것은 죽으나 사나 '호남 없는 개혁'을 계속하자는 의미다. 전자에 친호남권 정치인들이 포진하고 있으며 후자에 친노세력이 포진하고 있다.
자, 이제 모두에게 묻자. 당신은 '호남+개혁'에 동의하는가, 아니면 '호남 없는 개혁'에 동의하는가? 답이 전자라면 후자를 선택한 집단으로부터 '지역주의로의 회귀'라고 비난받을 것이다. 그리고 답이 후자라면 전자를 선택한 집단으로부터 '영남패권주의적 노빠'라고 비난받을 각오를 해야 할 것이다.
나는 뭔가? 나는 전자, 즉 '호남 없는 개혁'은 반드시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호남+개혁'을 줄기차게 주장했다. 덕분에 '호남지역주의자'라는 비난을 달고 산다. 다행히 정치인이 아니라서 '부패세력'이라는 비난은 면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비난이 '영남패권주의적 노빠'들에게서 나오는 개인적 비난이라면 그래도 들어줄 만하다. 놀라운 것은 한나라당 김무성 의원의 이런 식의 대국민 호들갑이다. '노 대통령과 김 전 대통령의 회동은 한마디로 지역주의의 구태, 편가르기 정치로 돌아가자는 이야기"다. 정말 요지경 세상이다.
우선 정치현상에 대한 초보적인 수읽기조차 안 되고 있다. 노 대통령과 김 전 대통령의 회동은 '지역주의(호남)+편가르기(개혁)'로 돌아가자는 이야기가 아니라 '호남+개혁'을 지지하는 김 전 대통령과 '호남 없는 개혁'을 믿고 있는 노 대통령의 불화 때문에 만들어진 회동이다. 그리고 이 불화는 김 전 대통령과 노 대통령이 함께 밥 한끼 먹는다고 해서 한나라당이 걱정하는 것만큼 그렇게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불화가 아니다.
다음 "지역주의의 구태"라고 말한 김무성 의원을 비롯하여 "김 전 대통령은… 지역주의를 부활시켜 한국정치를 20년 후퇴시켰다는 비난을 자초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싶다"는 나경원 대변인 발언 등에서 볼 수 있는 전형적인 '영패 이데올로기'다.
한나라당이 지역당에 올인하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