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밭언덕에 핀 산국정판수
어제(30일) 퇴근하자 테라스에 노란 꽃이 잔뜩 보였다. 산국이었다. 아침에 아내가 "오늘 산국 좀 뜯어와야겠어요" 하기에 작년처럼 말려서 차를 만들려나 했는데 갈무리하고 있는 걸 보니 꽃만이 아니라 가지까지 함께 전지가위로 자르고 있지 않은가.
의문을 확인하기 전에 아내가 먼저 말했다. "당신이 걸핏하면 두통에 시달리잖아요. 그저께 텔레비전에서 보니 산국의 꽃과 가지를 함께 말려 베갯속에 넣으면 머릿속이 맑아진다고 해서…."
은근한 배려가 고마웠다. "그런데 좀 적은 것 같아요. 조금만 더 있으면 되겠는데 …" 하고 흐리는 말에, "알았어. 내 곧 옷 갈아입고 따오지" 했다.
작년에는 산국을 따러 산에까지 올라가야 했는데 올해는 산보다 집 주변에 더 많이 피었다. 우리 집의 위치가 앞만 제외하고 양옆과 뒤가 산이니 한 걸음만 나가면 산국이 지천이다. 가뿐한 마음으로 낫을 들고 갔다.
그리고 산국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곳에 낫을 들이대었다. 그런데 … 갑자기 윙윙 하는 소리가 나는 게 아닌가. 벌이었다. 해도 녀석들을 쫓아버리고 다시 낫을 들이대려고 하는데 갑자기 한 생각이 머리를 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