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남소연
- 오전에 비무장지대를 둘러 보고 왔다고 들었는데, 어떤 느낌이었나.
"(미소를 지으며) 관광지로써 사람들이 방문하면서도 긴장감이 감도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관광지의 느낌과 엄숙함이 어우러지는... 아주 생소한 경험이었다."
- 북한의 핵실험 이후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북한이 국제적으로 고립될 걸 알면서도 왜 핵실험을 강행했다고 보나.
"(북한의) 절박함이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아시다시피 6자회담에 속해 있는 국가들은 (북한 핵 문제를) 현재 상태로 끌고 가자는 것이었다. 어떤 특별한 변화를 원하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북한은 그렇지 않았다. 현재 상태로는 생존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판단했던 것 같다. 생존에 대한 이슈를 강력하게 제기하기 위해 (핵 실험을) 강행하지 않았나 싶다."
"북한, 현재 상태로는 생존이 불가능한 상황"
- 최근 미국은 직간접적으로 한국에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사업의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남북간 경제협력 사업을 두고 미국이 지나치게 간섭을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일부에선 내정간섭이라고도 하는데.
"(잠시 고민한 뒤에) 내가 부시 행정부에 대한 강력한 비판론자라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는 미국이 제대로 된 (대북 대응) 정책을 펴고 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나는 김대중 전 대통령을 존경하고 있다. 물론 햇볕정책도 지지하고 있다. 이 정책이 과감하고도, 미래에 희망을 준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는 미국과 유엔, 일본은 (북한에 대해) 적절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내 생각에는 한국도 이같은 노선을 따라야 한다고 본다. 물론 미국이 시켜서가 아니라 한국 자체를 위해서다.
이와는 별도로 부시 행정부가 그동안 한국의 햇볕정책에 대해 반대 의사를 나타냈던 점은 분명히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이같은 부시 행정부의 입장에는 반대한다는 것을 분명히 말하고 싶다. (소로스 회장은 군사적 조치 가능성을 물으려던 기자를 보고, "같은 주제죠? - same issue?"라고 물은 뒤, 자신의 말을 이어갔다.)
또 한 가지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이 있다. 군사적 옵션은 아예 선택 자체가 돼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서울이 북한에 너무 가까이 있다. 또한 (군사적 행동으로 인해) 북한이 붕괴되더라도, 너무나 많은 희생이 뒤따른다.
그동안 북한에 대해서는 최대한 자극하지 않고 이른바 당근을 주는 정책을 써왔다. 당근은 언제든지 채찍으로 바뀔 수 있다. 당근을 거두는 것만으로도 채찍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내 생각에는 이제 당근을 거둬들일 때라고 본다."
- 당근을 거두는 것만으로도 채찍의 효과가 있다는 것인데, 현재 국면에서는 그것만으로도 유효한 지, 아니면 별도의 채찍이 필요한 지.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물론 추가적으로 사용할 채찍이 있으면 모르겠지만, 지금은 추가적으로 쓸 수 있는 채찍은 없는 것 같다. 또 당근을 거두는 것도 한꺼번에 하지 말고 (단계적으로) 나눠서 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개성공단은 현재의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 괜찮을 것 같고, 금강산관광도 당장 중단하지 말고,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하게 되면 관광을 중단하겠다는 경고를 준다든지 단계적으로 접근하는 방법이다."
"북한 핵 포기 대신 줄 것 주고, 내버려두면 바뀔 것"
- 이번 핵실험 사태의 책임은 1차적으로 북한에 있다고 본다. 그러나 미국의 책임도 적지 않다고 지적한다. 북한이 미국과 대화를 요구했지만, 미국이 거부해왔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김대중 전 대통령은 북미간 대화가 최선의 해결책이라고 하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곧바로 말을 받으며) 물론 이번 사태의 주된 책임은 북한에 있다. 그리고 나는 그동안 부시 행정부가 한국의 햇볕정책에 반대해 왔고, 북한과의 대화도 거부해온 것에 대해 강하게 비판해왔다. 결국 북한은 핵확산방지조약(NPT) 탈퇴하고 미사일을 발사하고, 핵실험까지 했다.
현재 미국 정부는 과거보다는 정신이 맑아진 상태에서 (북한에 대한) 정책이 추진하고 있는 것 같다. 왜냐하면 미국도 북한에 대한 과거 정책을 통해 교훈을 얻었기 때문이다. 미국도 최근 들어 6자회담 틀 안에서 북미간 양자회담을 할 수 있다고 물러난 상태다. 따라서 북한도 어느 정도는 만족할 수 있는 조건이 될 것이다. 그래서 다시 6자회담 등 대화가 재개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북한이 대화에 다시 참여하기 전에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핵시위를 벌이고 있지 않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