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간 긁어모은 감나무 낙엽정판수
그 말이 머릿속을 때렸다. 사실 우리 동네 어느 집이든 감나무는 그냥 내버려둔다. 즉 거름을 전혀 주지 않는다. 소똥이 넘쳐도 거기에 갖다 붓지 않는다. 감 팔아 돈 버는 집도 없거니와 그냥 군것질감으로야 쓰기에 애써 신경 쓸 필요가 없어서다.
하지만 마을 어른들이야 이익이 남는 농사가 아니기에 그렇다고 쳐도 나는 왜 그냥 두었을까? 거름을 주고 애를 썼다면 분명 결과가 달라졌을 텐데…. 결코 감을 많이 수확하지 못해 아까워서 하는 말이 아니다. 감나무를 위해서다. 아니 우리 집을 위해서다.
우리집을 들르는 사람들마다 한 마디씩 하는 게 '감나무 참으로 멋있다!'가 아니었던가. 그런데도 나는 왜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을까? 우리 집의 상징적인 나무가 감나무인데. 이웃에서 우리집을 '정 선생집'이라 부르기 전엔 '감나무집'이라 했다는데.
어떤 일이든 마찬가지겠지만 사람이 얼마나 관심을 가지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시골의 동물과 식물도 마찬가지다. '벼는 농부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라고, 소의 크기는 꼴 베 오는 등짐수에 따라 다르다'는 말은 그냥 나온 말이 아니다. 노력 없이 결실을 바라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내년에 감을 많이 따 먹기 위해서가 아니라, 감나무의 생명력을 강하게 하기 위해서, 아니 우리집의 상징물을 오랫동안 보존하기 위해서라도 지금부터 부지런히 거름을 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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