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나무 숲윤영국
이 코스에서 유일한 휴게소인 진달래밭 대피소까지는 정상에서 2.3km로 하산하는 데 40~50분, 오르는 데 90분 정도 걸린다. 이곳부터 하산길의 경사가 완만해지지만, 돌밭투성이이기에 발 디딜 때 주의해야 한다.
성판악코스로 하산하는 길은 완만해 다니기는 편하나, 숲에 가려 좋은 전망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나 5월의 진달래밭은 백미다. 진달래가 질 무렵이면 철쭉이 시작돼 천지를 붉게 물들인다.
1.7km 더 내려가면 사라악 약수가 나그네를 반긴다. 관음사코스엔 용진굴 약수, 성판악코스엔 사라악 약수가 있어 물을 보충할 수 있다. 용진굴 약수는 정상 바로 아래 있어 등산객들이 물을 보충하기 좋지만, 사라악 약수는 거리상으로는 중간이지만 산행시간으로 보면 성판악등산로 입구 초입에 치우쳐 있다.
물맛이 좋지만 겨울에는 얼어붙거나 눈에 파묻히는 경우가 있으니 식수 보충처로 지나치게 믿어서는 안 된다. 양쪽 약수 모두 등산길에는 최소한 1000ml, 하산길에는 500ml 정도 보충하면 된다.
등산길인 탐라계곡에서 적송군락을 만난 것처럼, 하산길인 성판악코스에서는 삼나무숲을 만날 수 있다. 수령이 40년 정도 된 것으로 통나무집을 짓거나 건축, 보도용 데크를 만드는 데 쓰인다. 일본 규슈지역에 많이 나는데 일본에서는 스기나무, 제주에선 쑥대낭(쑥쑥 크고 대나무처럼 곧아서)으로 불린다. 천연살충물질인 피톤치드가 가장 많이 나오기에 삼림욕에 가장 적합한 수종이라고 한다.
필자는 직업상 관광객을 안내하느라 자주 정상에 등반하지만, 대부분 성판악을 왕복하거나 관음사로 하산하는 코스를 이용한다. 그러나 반대편, 즉 관음사로 올라 성판악으로 하산하면 시간도 덜 걸리고 체력도 덜 소모된다.
체력이 있어야 경관을 감상하는 여유도 생긴다. 이미 지친 하산길에선 땅바닥 보기에 바쁘다. 그런 의미에서 한라산을 감상하는 데에도 이 코스가 더 유용하다. 아니다. 공정하게 말하면 단풍이 좋은 가을에는 탐라계곡으로, 꽃이 좋은 봄에는 성판악으로 오르는 것도 좋다. 이래저래 한라산은 한 번으로는 안 된다.
덧붙이는 글 | 한라산 높이가 곧 달라질 지 모른다. 통칭 1950m였던 한라산이 최근의 측정결과 1947m로 격하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근대기술로 한라산을 첫 측정했던 독일의 지리학자인 지그프리드 젠테가 1950m 라는 측정치를 얻었고 일제때와 1966년 국립지리원에서 현대측량기술을 이용한 결과치도 1950m를 뒷받침했다.
6,25일어난 연대, 혹은 한번(1)구경(9)오십(50)시오. 라고 가이드 들이 설파했던 그 높이였는데 제주산업대의 양영보교수는 GPS 를 이용한 방법으로 1947m의 측정치를 얻어내고 측정기술의 고도화와 자연적 풍화, 등산객들에 밟인 답압에 의해 낮아졌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국립지리원에서 반박하는등 아직 공인되지는 않았으나 낮아질 가능성에 대해서는 일부 수긍이 가는바가 적지 않다.
한라산은 한반도 대동강 이남에서 가장 높은 산이지만 분단덕분에 한국에서 제일 높은 산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백두산의 장군봉이나 지리산의 천왕봉, 금강산의 비로봉고 달리 정상을 한라산 정상이라고 할뿐 봉우리명칭이 없다. 다만 1950고지일 뿐이다.
삼신산(방장산=지리산, 봉래산=금강산)의 하나로 영주산이라고도 불리며, 정상부가 움푹패여 머리가 없다고 무두악 혹은 두무악, 분화구가 솥을 닮았다고 부악(釜岳)이라거나 태풍을 막아주어 호남의 곡창을 지켜준다고 '진산' 등 20여가지 이름이 있으나 오늘날 한라산과 대표적 이명으로 영주산만 기억 될 뿐 이다. 한라산은 은하수 漢에 잡을 拏로 은하수를 잡을 만큼 높은 산 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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