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선언문 낭독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남한과 북한의 새터민 학생 등이 평화와 공존을 위한 평화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좌로부터 모하메드(팔레스타인), 아밋(이스라엘), 박일환(북한), 나재희(한국).이강근
지난 23일 새벽 5시, 경기도 파주 금산리 산골에 자리한 민속민요보존회관에 밤새 잠겼던 방문이 드디어 열렸다.
전날 밤 9시부터 시작해 장장 8시간의 밤샘 마라톤 회의 끝에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학생대표들이 평화와 공존을 위한 합의문을 완성한 것이다. 초가을 금산리의 새벽공기는 상쾌했고 밤새 못잔 피곤함에도 양측 학생들의 표정은 밝았다.
경기도 세계평화축전의 코파이스(KO.PA.IS), 즉 평화와 공존을 위한 남-북한 및 팔레스타인-이스라엘 학생대표들이 일주일간의 일정으로 방한해 나흘째 되는 날 평화선언문에 합의한 것이다.
수 차례의 휴회와 정회를 거듭했고, 한때 의견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각각의 입장만을 표명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기울기도 했었다.
그러나 국경문제나 예루살렘 지위 등 난제는 뒤로 하고, 우선적으로 비폭력 및 협상을 통한 평화와 공존이라는 원칙적인 합의를 도출한 것이다. 양측 학생들은 "폭력종식" "팔레스타인의 국가건설" "67년 국경 회복" "팔레스타인 영토 내 이스라엘 정착촌 철수"라는 굵직한 주제에 합의를 했다. 마치 2003년 오슬로협정을 연상케 했다.
이 모임에 참석한 학생대표들은 우연히도 93년 오슬로 평화협정 파트너의 같은 계보들이다.
오슬로협정에서 2001년 로드맵에 이르기까지 팔레스타인 측 협상을 진두 지휘한 협상수석대표 싸에브에라카드 박사가 보낸 팔레스타인 대표단과 당시 팔레스타인과 평화협상을 주도한 노동당의 현 학생위원장 텔아비브 총학생회장을 비롯해 메레츠 당 및 평화운동 학생대표들이 이스라엘 쪽에 포함되어 있다.
1993년 오슬로평화협정은 세 명의 노벨평화상을 탄생시킨 중동평화의 전환기적인 사건이었다. 당시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수반과 이스라엘 이츠하크 라빈 수상과 외무장관 시몬 페레스가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그러나 협정 자체가 시대를 너무 앞선 탓에 이스라엘 라빈 수상은 평화협상의 대가로 극우파에 의해 저격 암살을 당해야 했다. 그리고 평화는 다시 오리무중으로 빠져들어갔다.
그러나 14년이 지난 지금 그 후예들이 한국의 경기도 파주 땅 산골마을 금산리에서 오히려 오슬로 보다 한층 발전된 결과를 만들어 냈다. 당시 오슬로에서 결정된 팔레스타인 국가는 자치정부 수립 과정을 지난 후 몇 단계에 걸쳐 건국에 이른다는 조건이 있었다.
물론 이들 양측 학생대표들이 비공식적이며, 위임 받은 권한도 합의의 효력을 지닐 수 없다. 그러나 이들 양측 학생지도자들은 미래에 평화와 공존을 이끌어낼 가능성이 있는 인재들이라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