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디 맥베스>의 한 장면. 사진 출처 한러교류축체 홈페이지(www.russianfestival.co.
kr).
오페라 <레이디 맥베스>는 기구한 운명을 지녔다.
쇼스타코비치는 교향곡뿐 아니라 영화 음악, 오페라 등 전방위에 걸쳐 걸작들을 빚어냈는데 <레이디 맥베스>는 그가 쓴 두번째 오페라다.
1930년대 엄격한 금욕주의에 빠져들었던 소련의 실정을 생각하면 사실 이 오페라는 파격적이다 못해 충격적이다. 무료한 결혼 생활을 하던 젊은 여자가 남편이 집을 비운 사이 일꾼과 외도를 하고 그로 인한 치정 살인, 비극적 자살로 이어진다는 게 이 작품의 줄거리. 이번 공연의 지휘자 폰킨은 "이 작품이 그려내는 '위험한 사랑'이 이 작품을 위험하게 만들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레이디 맥베스>는 예상 외의 대성공을 거뒀다. 짓눌렸던 소련 사회에서 신선한 바람으로 느껴졌는지 1934년 1월 초연과 함께 <레이디 맥베스>는 대성공을 거두었다. 2년 후 스탈린이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1936년, 소련에서 스탈린의 피비린내 나는 '테러 정치'가 시작된 해. 스탈린은 <레이디 맥베스>를 직접 보러 극장을 찾았다가 노골적인 성적 묘사와 치정 살인이 이어지자 역정을 내면서 1막이 끝난 후 자리를 떴다.
며칠 후 소련의 최대 일간지이자 당의 충실한 기관지인 <프라우다>에는 쇼스타코비치의 오페라를 강하게 비난하는 글이 실렸다. 그것으로 소련에서 <레이디 맥베스>의 운명은 끝장났다.
이후 <레이디 맥베스>는 소련이 종식을 고할 때까지 공연이 금지됐다. 이 작품에 깊은 애착을 가졌던 쇼스타코비치가 <카테리나 이즈마일로바>라는 수정판으로 1963년에 공연하긴 했지만 그것은 원작과는 차이가 있었다.
불운했던 <레이디 맥베스>는 소련의 멸망에 즈음해 태어난 헬리콘 극장에 의해 멋지게 부활했다. 헬리콘 극장의 <레이디 맥베스> 공연은 러시아 '골든 마스크' 상을 5년간 네번이나 수상했다. 소련의 숨 막히는 정치권력에 짓눌려 늘 전전긍긍하면서도 천재성을 펼친 쇼스타코비치에게 건배를.
러시아 오페라의 신흥강호, '헬리콘 오페라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