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달구지를 타며 즐거워하는 어린이들(경기도 양주시 하천관리사무소 앞).정길현
지난 휴일(17일) 서울 근교에서 열리는 코스모스 축제 현장에 가다가, 뜻밖에 도심 한복판에서 아이들을 태우고 유유자적 도로를 지나는 소달구지를 보았다. 시골에서도 보기 힘든 소달구지를 도심에서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우선 차를 멈추고 사진부터 찍었다. 달구지에 타고 자주 장에 다녔던 어릴 적 추억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난 유년 시절을 가족과 떨어져 시골 큰집에서 보냈다. 아이들이 없어 적적하다며, 할머니께서 나를 시골에 있던 큰집에서 초등학교에 다니게 하셨기 때문이다.
어릴 적, 휴일에 장날이 겹치면 항상 큰아버지를 따라 장에 다녀오는 것이 내겐 유일한 즐거움이었다. 장터가 가까워지면 길 옆에 소(牛)전이 있었고 그 옆에선 개, 닭, 염소 등이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면 각종 과자와 잡화, 건어물, 생선, 과일, 옷감 등 없는 것이 없었던 시골 장터의 추억이 새롭다.
명절 코앞에 서는 대목장이면 큰아버지께선 일하는 아저씨를 시켜 달구지에 쌀, 콩, 닭, 계란 등을 가득 싣고 나를 뒤에 태운 다음, 당신은 걸어서 장으로 가셨다. 오전 내내 이것저것 내다 팔고 오후가 되면 달구지엔 싣고 갈 물건들이 하나둘씩 쌓여갔다. 큰아버지께서 마지막엔 내 손을 잡고 옷 가게에 들러 추석빔으로 옷과 새 신을 사주시던 기억이 난다.
"이 녀석 또 오줌 쌌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