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빛둥지 교육장에서 컴퓨터를 배우는 어르신들.김화숙
"노인들의 심정은 노인들이 잘 알잖아요. 컴퓨터를 먼저 배운 노인들이 다른 노인들을 위해 봉사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어요. 지역 노인들과 경로당 회원들이 그 대상이 되었지요."
그것은 한마디로 '가진 것을 나누는 은빛둥지'를 틀었다고 할 수 있다. 둥지를 트니 관심 있는 어르신들이 모여들었고 2000명 가까운 노인들이 은빛둥지를 통해 컴퓨터를 배웠다.
2005년에는 그동안 은빛둥지를 통해 컴퓨터를 배운 60대, 70대 노인들 여섯 명이 컴퓨터 강사자격을 땄다. 이분들을 중심으로 노인IT봉사단이 만들어졌다.
작년 한 해 노인IT봉사단은 10개 경로당을 비롯해 정보화 교육의 사각지대 16개소를 찾아가 컴퓨터를 가르쳤다. 파견 노인강사의 수요가 증가하여 더 많은 어르신들이 강사 교육을 받았다. 조금이라도 컴퓨터 교육을 받은 어르신들이 회원활동을 하고 월 1만원 회비로 노인정보화에 힘을 보태게 되었다.
컴퓨터로 노소간의 벽을 허물어
"컴퓨터는 우리 노인들을 위한 신의 선물이 아닌가 해요. 컴퓨터 교육 덕에 지역 사회 봉사를 하는 노인들이 늘었어요."
변영희 어르신은 여든이 넘은 연세로 2003년 경기도 주최 '실버정보화경연대회'에서 금상을 받았고, 2005년 정보통신부 주최 정보검색대회에서도 특별상을 받았다. 그뿐 아니라 일본의 노인정보화 현장을 방문하기도 했단다.
컴퓨터 활용은 노소간의 세대통합을 도와주었다. 예를 하나만 들자면, 박영순(78) 할머니는 대학졸업식에서 디지털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 CD로 구워 손자의 친구들에게까지 나누어 주었다. 손자들이 할머니를 더욱 따르고 e메일과 채팅 대화가 되니 행복해하고 있다.
"제가 회장으로 봉사하는 정곡경로당 역시 경로당에서 컴퓨터를 배우고 있어요. 현재 다섯 대의 컴퓨터로 1주일 두 번 파견강사와 제가 지도하지요. 배우려고 애쓰는 노인들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몰라요."
3년 전 변영희 어르신이 처음 회장이 되었을 때 50명이 안 되던 회원이 지금은 80명을 넘어 자꾸 경로당이 좁아져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다.
"노인IT봉사단 회원들 중 70대, 80대 할머니들 8명은 춤으로도 봉사하고 있습니다. 한국무용과 현대무용을 두루 배운 춤꾼들이 어르신들의 행사가 있는 곳에 찾아가 봉사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카메라로 다시 찍어가는 황혼의 길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