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밭에서 내려다 본 고향 마을장미숙
"힘들지? 좀 쉬었다가 해."
"아니에요. 다리가 조금 아프지만 괜찮아요. 재밌어요."
생전 처음 해보는 호미질일 텐데도 그럴 듯하게 밭을 매는 아들 여자친구 때문에 저와 친정엄마는 몇 번이나 웃음을 터트렸습니다. 인적이 드문 산밭에, 그것도 처녀가 밭을 매는 모습이 생경스럽긴 했지만 참 보기 좋은 풍경이었지요.
지난 금요일(8일), 아무 계획도 없었는데 아들이 시골에 가자는 바람에 친정에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여름휴가도 못가고 곧 돌아올 추석에도 시골에 갈수 없는 제 처지를 생각해서였나 봅니다. 저는 그저 고맙기만 했습니다. 한여름도 지나 날씨도 그만인데다 아들과 여자친구, 막내아들과 함께 홀가분하게 떠난 시골길이라 그런지 저절로 콧노래가 나올 만큼 마음이 설렜습니다.
고향에 도착하니 새벽 2시였습니다. 하지만 부모님께서는 그때까지 주무시지도 않고 기다리고 계시더군요. 부모님의 따뜻한 웃음과 산뜻하고 맑은 공기, 풀벌레소리가 우릴 반겨주었습니다. 넉넉하기만한 고향의 품에 안겨 세상 모르게 잠을 자고 일어나 보니, 벌써 엄마와 아들의 여자친구는 일어나 아침을 준비하고 있더군요.
소박하게 차려진 아침을 먹고 우리는 모두 산에 있는 밭으로 향했습니다. 마늘을 심어야 하는데 밭에 풀이 지천이라며 엄마가 걱정을 하시는 통에 모두 밭을 매기로 했거든요. 오랜만에 호미를 잡아보니, 감회가 새롭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