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를 잡고 내동댕이쳤다. 사실은 뒷다리를 잡아야 했는데...정판수
그 아저씨가 얼마나 이 얘기를 실감나게 했던지 우리는 진짜 여우를 잡을 수 있다고 느꼈다. 더욱이 그 아저씨가 던진 미끼가 그럴싸했다. 여우 가죽은 돈이 된다는 것. 그것도 거금을 만질 수 있다는 것.
문제는 골목대장이었다. 며칠 뒤 나를 은밀히 부르더니 여우 사냥 이야기를 환기시킨 뒤 같이 가자는 것이었다. 물론 나는 안 된다고 했다. 그러나 다음 말 “너 그러면 가시나로 만든다” 하는 말에 그만 어쩔 수 없이 따라나서야 했다.
다음날 밤 공동묘지에 올랐다. 부모님에게는 친구집에 숙제하러 간다고 하고선. 대장과 함께 올라가기 때문인지 훨씬 덜 무서웠다. 며칠 전 같은 나이의 명찬이와 함께.
‘진짜 사나이’를 부르며 악을 쓰고 올랐을 때보다 훨씬 덜 무서웠다. 아니 이번엔 ‘진짜 사나이’를 부르지 않았는데도 무섭지 않았다.
마침내 공동묘지에 도착했다. 그런데 운 나쁘게도(?) 새로 생긴 무덤이 있었다. 대장이 오른쪽에 누우면서 왼쪽에 나를 눕게 했다. 무덤 앞에 두 명의 꼬마가 나란히 누워 있었다. 무서웠지만 무섭지 않았다. 대장이 있기에. 특히 대장이 여우가 내 위 아닌 자기 위로 오게 할 비책이 있다고 했기에.
그러다가 갑자기 혹 여우가 대장 위가 아닌 내 위로 오면 하는 생각이 들자 갑자기 무서움증이 일었다. 옆으로 보며 대장에게 뭔가 말하려 할 때 그의 눈이 날카로워지면서 조용히 하라는 뜻으로 손가락 하나를 입술에 수직으로 대는 게 아닌가.
나는 끽 소리를 못하고 자세를 바로 했다. 불알이 오그라들었다. 뭔가 나타나는 낌새를 대장이 알아차렸다고 봤다. 그 놈이 내게로 온다면…. 내 몸은 안정된 자세로 누워 있었지만 잔떨림은 그칠 줄 몰랐다.
그때였다. 갑자기 대장이 비명을 지르며 일어났다. 나도 오줌을 지리며 일어남과 동시에 피할 방향을 찾으려 재빨리 둘러봤다. 그런데 대장이 나를 향해 달려오는 게 아닌가. 그 바람에 밀려 둘은 나뒹굴었다.
“뭐… 뭐… 뭐야?”
나의 떨리는 소리에 대장도 떨리는 소리로 답했다.
“배… 배… 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