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무게가 밝혀지는 순간박정규
이번에는 '표'를 보여주며 문의하자, '수속카드'를 준다. 서류 작성 후 안으로 들어가 '자전거 중량 체크' 17.2kg. 박스 무게 빼면 15kg 정도 되는 셈. 결코 가벼운 무게는 아니다. 다른 짐 무게도 재면서 총무게가 35.2kg. '중량 초과'라며 120Y을 요구한다. 거기다가 큰 짐은 별도 포장을 해야 한단다.
시간도 얼마 안 남았는데, 가방에서 '신문기사'를 보여주었는데도, 별 반응을 보이지 않고, 계속 돈을 요구한다. 어쩔 수 없지. 밀어붙이는 수밖에.
"큰 가방은 내가 들고 갈 거니까 상관없지 않느냐?"
"작은 가방만 들고 들어갈 수 있다."
노트북 가방을 등에, 작은 가방은 앞에, 핸들 가방은 손에 들고, "이러면 상관 없지 않느냐?"
"알겠다. 시간없으니까 빨리 들어가라."
결국, 돈을 내지 않고 옷 가방만 짐으로 처리하고, 나머지는 모두 메고, 들고 2차 검색대로.
15시. 2차 검색대(여길 통과하면 바로 비행기 탑승).
'삑-' 어 이상한 거 없는데… 화면을 확인하니, 작은 배낭 맨 아래쪽에 '금속 물질'이 있다고 확인할 것을 요청한다. 체크해 보니 '나침반'이었다. 그냥 통과.
15시 15분. 바로 비행기로.
생각보다 빨리 수속을 마치고, 탑승 성공. 아쉽게도 내 자리는 창가가 아니고 거의 중간이다. 비행기 날개 보며, 구름 보며 가고 싶었는데…
웅~ 웅~ 덜~ 덜~ 드디어 이륙! 비행기 안을 둘러보니, 빈 좌석이 3분의 2나 된다. 창가 자리도 빈 좌석이 많다. 비행기가 움직이기 시작할 때, 자연스럽게 창가 쪽(날개가 잘 보이는 곳)으로 좌석 이동. 설마, 중간에 누가 탈 일은 없겠지?
어느새 구름바다 위를 저공으로 날고 있다. 너무 아름답다. 구름바다 위에서 구름 물결을 가르며 자전거를 타면 얼마나 좋을까?
▲구름 바다 위를 가르며박정규
두 번째로 타는 국제선(2000년도에 중국 간다고 한 번 탄 적이 있음). 지금까지 이렇게 큰 비행기는 처음이다. 날개 길이가 20-30m는 족히 될 듯.
와! 먹을 것도 준다. 앞 자리에 나눠주고 있으니까, 뒷자리도 주겠지? 한 달 경비가 넘는 돈을 주고 탔는데, 당연한 서비스지. 어, 음식 든 승무원이 그냥 지나갔다. 안 주는 건가? 앞 자리는 단체 손님이라서, 주는 건가? 배고픈데….
▲기내식. 따뜻한 밥과 여러가지 반찬이 맛있어요.박정규
좌석 오른쪽 팔걸이 아래쪽에 라디오가 있다. 미리 받은 헤드폰을 끼고,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니 다양한 음악방송을 듣고 있는데, 어느새 음식 든 승무원이 내 앞에 서있다. 고기, 야채, 밥과 고기, 커피 빵 등을 준다. 생각보다 따뜻하고 맛있다.
맛있는 빵을 두 개 더 부탁하고, 콜라로 입가심하고 나니 기분 좋다. 그러나 갑자기 귀가 울리면서, 통증이 느껴진다. 승무원에게 도움을 요청하자, 입을 크게 벌리고 턱을 좌우로 움직이란다. 별 효과가 없다. 그냥 귀를 두 손으로 꽉 막고 있는 게 더 나은 것 같다.
16시 50분 '태국 방콕 국제공항' 도착.
다행히 통증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은 짧았다. 안내데스크로 가서 티켓을 보여주니 '인도(콜카타)행 티켓'을 발권해준다. 23시 출발. 그때까지 뭘 하지?
환전소에서 남은 중국 돈 80Y을 환전하려고 했는데, 50Y 환전해준다. 194바트(약 5천 원; 1태국바트=약 27원). 인터넷카페로 갔는데 15분에 75바트이나 한다. 미리 받은 카드를 돌려주며 직원에게 미안하다고 하며 나오려고 하는데, 여직원이 카드를 집어던진다.
식당에 갔는데, 역시 비싸다(내가 가진 돈에 비해). 다른 음식점을 찾아 봤는데… 없다.
▲태국 방콕 공항 전자상가 직원과 함께박정규
전자상가 앞에서 신기하게 생긴 스피커를 구경하는데, 여직원이 동료직원과 사진 찍어도 되냐고 묻는다. 함께 촬영 후 사진을 확인하니 꽤 잘 나왔다. 사진을 줄 수 있냐고 물어보니 연결케이블을 가지고 온다.
노트북을 꺼내 케이블 연결 후 사진을 복사하고 있으니까, 직원들이 여행하면서 찍은 사진을 보고 싶단다. 30분 동안 '사진'을 보면서, 내가 중국어로 사진 설명을 하면, 태국어로 다시 따라 했다. 그럼 나도 '태국어'를 따라 하고, 나의 어색한 발음 덕분에 다들 함께 웃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다시 식당으로. 배가 고파, 메뉴판을 한참 보며 이것저것 가격을 계산한 후 주문. 토스트 두 쪽, 바나나 하나, 콜라 이렇게 140바트. 밥 먹고 식당 테이블에 앉아서 노트북으로 사진정리를 2시간 정도 하니까, 직원이 그만 나가달란다. 다행히 사진정리 완료.
자리에 앉아 있는데, 노르웨이에서 온 할아버지랑 대화를 하게 되었다. 여러 가지 이야기를 많이 했지만, 가장 기억에 남은 건… 넉넉한 60대 할아버지의 웃음과 10개월 된 아기가 들어 있을 것 같은 '인격'이 가득 차 있는 '배'. '영어는 판타스틱하다'.
'자네 영어는 미스터리하고, 미스테이크가 많다',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하기 바란다'는 솔직한 조언까지. 나중에 노르웨이 오면 연락하라며 연락처까지 적어주셨다.
23시 콜카타 탑승 게이트에서 대기 중.
23시 20분이 되자 게이트 문이 열렸다. 40명 가량이 줄 서 있다. 그냥 충분히 앉아 있다가 천천히 들어가기로. 그런데 줄이 두 개다. 오른쪽은 사람이 굉장히 많고, 왼쪽 줄은 사람이 적은 편. 처음부터 게이트 문 앞바닥에 앉아서 기다리는 게 가장 빨리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인 듯.
앞에 검은 터번 쓴 수염 덥수룩한 아저씨가 계시다. 배 속에는 축구공이 하나 들어있는 것 같다. 인품이 축구공으로 승화한 듯. 너무 친근감이 느껴진다. 사람들이 거의 줄 서러 가고, 마지막까지 앉아 있던 분 따라서 왼쪽 줄로. 오른쪽 줄 보다 빨리 통과. 왼쪽과 오른쪽의 구분 기준을 잘 모르겠다.
23시 33분. '콜카타행 비행기 탑승'
빈 자리가 거의 없다. 역시 인도는 많은 사람들에게 매력적인 도시인가 보다. 셔틀버스 타고 오면서 일본인 아주머니가 내가 일본인 줄 알고 일본말로 인사하다가 '태극기'보고 실수 했다는 걸 알고 겸연쩍어하신다.
이 분은 교토에서 오신 교수님. 인도 역사를 가르치고 있고, 19명의 제자들과 인도 견학 가는 중. 내년에 일본에 자전거 타러 갈 수도 있다고 하니까,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리며 아주 좋아하신다.
00시50분 콜카타 공항 도착.
짐 찾는 곳에 도착 후, 도착시간을 적으려고 하는데 수첩이 없다. 앗! 비행기에 두고 내린 것 같다. 황급히 안내데스크로 달려가 사정을 이야기하자, 뭔가 봉투를 꺼내더니 건네준다. 거기서 '보관'하고 있었단다. 다시 짐 찾는 곳으로.
▲쿤밍서 저 짐을 메고 탑승했다.^^박정규
자전거 박스는 이미 도착해 있었다. 박스가 조금 파손되어 있었지만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그런데 옷 가방은 다른 사람들 짐 모두 찾아갈 때까지 나타나지 않는다. 안내 직원이 다시 한 번 찾아봤지만 역시 없다. 노트북을 꺼내 '가방 사진'을 보여준 뒤, 분실신고 서류작성 시작하는데, 다른 직원이 '가방'을 들고 왔다. 시계를 보니 02시.
| | 여행 수첩 | | | | 1. 이동경로: 윈난 쿤밍 – 방콕 – 인도 콜카타 공항 2. 주행거리 및 시간: 3. 사용경비: 45Y
택시비 15Y / 토스트 두 쪽: 70바트 / 바나나 1개: 20바트 / 캔 콜라: 50바트/ 코코넛 하나: 30바트 / 비스 켓 하나: 24바트
4. 섭취 음식
1) 식사
점심: 콩나물 국, 밥, 김치, 여러 가지 반찬 저녁: 기내식(밥, 고기, 빵, 야채 등) | | | | |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