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지(敎旨)를 연상시키는 조교수 발령장. 프린터로 임명장이 발행되는 시대에 이 문건은 귀한 가치를 지닌 사료가 되었다.곽교신
최장기간의 정밀한 기록이라는 면에서 세계가 놀라는 조선왕조실록을 가진 전통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우리는 기록과 수집에 의외로 무디다. 79년 말 ~ 80년대 초 혼란기의 주요 국정기록 일부는 확인할 곳이 없다는 공공연한 비밀은 우리를 우울하게 만든다.
이번의 고려대박물관의 특별전 '새야 새야 파랑새야'는 특정 대학의 기록이라는 의미를 넘어, 기록과 수집이 후세를 위해 얼마나 소중한 작업인지를 생생히 느낄 수 있는 좋은 전시회가 될 것이다.
전시물 정리를 돕던 한 학생이 "나도 아르바이트 봉투까지 다 모을 걸" 하던 혼잣말은 이 전시회가 관람자들에게 주고 싶은 메시지가 무엇인지 대변한다. 전시장을 돌아보고나서 '내 주변도 꼼꼼히 모으면 역사'란 것을 누구나 깨닫게 된다면 관람자로서는 대성공이다.
신혼부터의 가계부 일체나 자녀 출생의 작은 흔적조차도 소중할 것이다. 월급명세 뿐만 아니라 입사시험 수험표 합격통지서까지 다 모아두면 후대에는 말이 필요없는 정밀한 시대 기록이 될 것이다.
우리는 소중한 우리 주변의 기록을 너무 쉽게 흘려버린다. 유신시절 고려대 휴교를 단행시킨 대통령긴급조치 제7호 발동을 톱으로 다룬 신문 원본을 고려대도 소장하지 않고 있음은 학교측도 반성한다고.
이 신문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가 이번 전시에 대여한 학생(지금은 졸업생)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역사의 한 소용돌이를 보도한 신문원본을 쉽게 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최근의 사건인 건국 이후 최초의 대통령 탄핵을 보도했던 신문 원본을 가지고 있는 국민은 얼마나 될까.
중국의 동북공정이 지금부터라도 발해와 고구려의 역사를 새로 먼저 기록해두려는 중국 정부의 치밀한 계산임은 이미 간파된 사실이다. 기록하지 않는 자는 역사를 가지지 못한다. 역사는 기록하는 자의 것이다.
이 특별전을 어린 학생들이 많이 와서 보고 자료 정리의 중요함을 깨달았으면 한다고 고려대박물관 학예연구실은 당부한다. 생각하기에 따라 이 전시회에서 큰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전시는 9월 30일까지입니다.
고려대학교박물관은 지하철 6호선 고려대역 1번 출구에서 에서 2~3분 거리입니다.
무료 관람. 전시문의 : 02)3290-27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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